직장에 다닐 때, 연말정산 세금에 혜택을 보려고 연금저축을 가입했었다. 자세한 내용도 모른 채 이건 있어야 한다는 설계사의 조언에 쉽게 수긍하고 10만원씩 2개를 들었다. 10년납인지 15년납인지..하튼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것만 알고 있었다.
얼마 전, 퇴직 전에 누구나 받는다는 재무상담에서 이젠 그 연금저축을 정지하라고 말을 들었다. 내심 긴축재정을 염두에 둔터라 그러겠다며 어찌해야하는지 물었다. 우선, 주거래 은행에 가서 지급정지를 신청하고 만 55세부터 수령하겠다고 어쩌고 그런 말을 하라고 했다. 재무상담사의 말을 수첩에 적은 거 같은데 그게 보이지 않아 그냥 은행엘 왔다. 은행 창구의 직원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생각해도 뭔가 일목요연하지 않았다. 영특한 직원은 우선 지급정지를 해 주겠다고 한다. 그게 은행에서 해 줄 수 있는 업무인 거 같았다. 그 다음 작업은 은행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스치듯 일어났다. 여러번의 확인에 대답과 사인을하면서 두 개의 연금저축 자동이체를 해지했다.
은행을 나와 두 군데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첫번째 전화에서는 또 횡설수설한다. 적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으며 간신히 ' 계약 기간이 아직 안되었지만 이제 그만 넣겠다. 그리고, 그 연금을 미리 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역시나 영특한 상담원은 잘 알아듣고 바로 처리를 해준다. 일년에 한 번 , 얼마의 연금이 나온단다. 와우~ 용돈 받는 기분이겠구나 싶다.
계약을 했으면 그 내용 그대로 지키고 따라야하는 세상을 살았던 내가 해지나 변경을 하는 건 쉽지 않았고 무척 부담스러웠다. 손해를 보는건가하는 계산보다 내가 뭘 잘못 알고있지 않은가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이유였던 것 같다. 그래서 약속을 쉽게 어기거나 잊어버리는 경우( 나든 다른 사람이든)가 있으면 뒷목에서부터 머리 끝으로 전해지는 정전기같은 기분나쁜 전류의 흐름에 힘들었나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민간인으로서 3일째, 나는 또 배운다. 계약은 어그러지기도 하고 바뀔 수도 있으니 지레 겁먹지 말고 받아들이자고..세상 사는 게 맘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