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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미용 Mar 07. 2024

깜빡깜빡 비상등 켜기

고마워요,미안해요

요 며칠, 아이 학원에 데려다 주느라 아침 6시 30분에 집을 나선다. 이름이 다른 3개의 도로를 달려 서울로 들어가야한다. 고속도로 운전은 나름 자신 있는데 서울 들어가는 나들목에선 여간 긴장되는게 아니다. 등원시간이 촉박해도 무조건 양보운전을 한다. 오른쪽으로 빠져야한다면 2키로 전부터 끝차선으로 달린다. 합류되는 지점이 많은지라 끝차선에서 끼어들기하는 차량이 줄을 선다. 


 끼어들기 기술이 운전 실력인 것 같다. 매끄럽게 그러니까 뒷차량이 급정거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서울이 아닌 수도권에 살아서, 특히 널직하고 뻥 뚫린 도로 주변에 사는 나는 끼어들기도 어렵지만 옆에서 자꾸 끼어들어오려는 차를 견지하는 것도 무척 신경쓰인다. 그래서 무조건 오케이~ 다 들어오시라하는 마인드로 두 팔 활짝 열듯 속도를 낮춰 공간을 만들어준다. 한 두대 넣어주다보면 내 뒤에 있는 차에서 욕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난 도리가 없다. 바쁜 출근길 끼어드는 자와 끼어주지 않으려는 자의 눈치작전을 이겨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잽싸게 그러나 조금 위험하게 내 앞으로 차 한대가 들어온다. 좌측 깜빡이를 켜긴 했다. 그런데, 으레 끼워주었을 때 고마움을 표시하는 비상 깜빡이가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당연히 비상 깜빡이를 5회정도 깜빡거리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시해야 하는 게 정해진 룰은 아니지만 왠지 서운했다. 20키로 정도로 가다 서는 정체구간이라 그 얄미운 차를 눈여겨 지켜보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종회무진 끼어들기의 고수다. 그 사람은 아마도 자신의 운전 실력이 출중해 차선을 요리조리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겠구나 싶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위험해 보이긴 했다. 


 문득, 얼마 전 본 유해진 배우의 '달짝지근해' 영화가 떠올랐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김희선에게 두 눈을 깜빡이며 미안하고 고마울 때 비상 깜빡이를 켠다고 말하던 장면이다. 너나 할것없이 바쁘고 지치는 출근 길 도로 위 모든 차의 깜빡이가 깜빡깜빡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윙크인가 장난끼인가 헷갈린다. 그래도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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