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

타인의 새로운 면모에서 느껴지는 거리감

by ORION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와 친밀한 사람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었을 때, 새삼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꼈다.


철학자들은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소유할 수 없다고 말한다. 타인은 언제나 낯설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이라 해도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면, 낯섦 앞에서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세계를 가진 존재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이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거리감이다.

그 순간은 관계가 깨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상대가 나와는 다른 하나의 독립된 존재임을 확인하는 철학적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나의 일부라고 여겨졌던 자신의 뱃속에서 나온 아이가, 유아기 때는 내가 해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 행동했지만, 점점 자아가 형성되면서 본인의 의지가 생기고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자라나는 것과 같다.


인지부조화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알고 있던 A라는 이미지와 새롭게 발견한 B라는 모습이 충돌할 때 심리적 긴장이 생긴다. 내가 마음대로 만들어 놓은 상대에 대한 기대와 이미지가 현실과 어긋나면서 낯섦과 거리감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내가 발견한 상대의 새로운 면모는, 사실 나를 알기 이전부터 그 사람이 지니고 있던 본래의 모습이 아닐까? 동시에, 이 사람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훌륭한 존재라는 사실과 호감, 신뢰가 강화되고 내 마음속의 기준과 기대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 또한 변화와 새로운 면모를 받아들이는 자극과 유연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 과정은 관계에서 필연적이며, 상대의 새로운 측면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내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와 조율하면서 관계의 균형을 재평가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거리감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낯섦과 서늘함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닌, 상대와의 관계와 자기 이해의 폭을 넓히는 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익숙함만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다름을 인정하면서 상대와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란다.


(그림: 에드워드 호퍼-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