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외국인 등록 제도
일본에 온 지 어느덧 18년. 일본인과 결혼한 나는 한일 혼혈인 미취학 자녀가 한 명 있다.
며칠 전, 아이의 이름으로 취학 전 신체검사 통지가 집으로 도착했다. 우리 아이는 이중 국적이기 때문에 별도의 신청이 필요 없었지만, 외국인 세대의 주민표(한국의 주민등록표에 해당)로 통지가 가더라도 자진 신청을 하지 않으면 신체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때 문득, 일본에 사는 외국인으로서 나라는 존재가 외국인 등록원표(外国人登録原票)에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사실 지금까지 필요한 상황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내 원표를 직접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직업상 다른 분들의 원표를 청구하는 일이 가끔 있는데, 아마 일본에 사는 외국인의 대다수가 나처럼 본인의 외국인 등록원표를 본 적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제도는 1952년, 일본이 전후 혼란을 지나 주권을 회복하던 시기에 제정되었다.
당시 일본에는 조선인, 대만인 등 수많은 외국인이 있었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외국인등록법이 만들어졌다.
자국민인 일본인은 주민표(住民票)가 있었지만, 외국인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외국인등록원표’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표에는 이름, 사진, 지문, 국적, 생년월일, 체류 목적, 주소, 가족관계 등 개인 정보가 포함되었고, 지자체에서 작성해 법무성이 보관했다.
행정상으로 단순히 등록을 위한 이 서류가 외국인에게는 일본에서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문서였으며, 은행 계좌를 만들 때,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 모두 이 원표가 필요했다.
그러나 2012년 재류관리제도가 도입되면서 외국인등록원표는 폐지되었다.
현재는 과거 체류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로만 사용되며 보통 귀화 신청, 상속, 연금·보험 기록 정리 등에서 오래전 기록이 필요할 때 사용된다.
한국에는 일본 원표와 같은 제도는 없지만, 외국인등록증, 외국인등록 사실증명, 출입국사실증명 등이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주로 한국 내 체류를 증명하거나 행정·비자 업무용으로 발급된다.
즉, 일본의 외국인등록원표가 외국인을 ‘관리’ 하기 위한 기록이라면, 한국의 외국인등록 사실증명은 외국인의 ‘체류를 증명’하는 행정 서류라는 점에서 목적이 다르다.
일본의 원표가 과거의 역사적 기록이라면, 한국의 제도는 현재 진행형 행정 절차에 가깝다.
외국인등록원표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내가 일본에 살고 있다”는 증명인 동시에 “나는 일본인과 다르다”는 경계의 표시이기도 했다.
특히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지문날인(指紋押捺)이었다.
일본인에게는 요구되지 않았지만 외국인에게는 의무였으며, 자국민과 다른 잣대로 관리된다는 점에서 차별과 배제로 느껴졌다.
이 때문에 많은 재일 한국인들이 “지문을 찍지 않겠다”는 인권운동을 벌였고, 심리적 반감도 생겼다.
1999년에 이르러서야 「외국인등록법 시행령」 개정으로 지문날인 대상이 제한되면서, 일반 체류 외국인에게는 지문날인을 요구하지 않게 되었고, 이후 제한적으로만 적용되었다.
2012년 일본 정부는 외국인등록법을 폐지하고, 외국인도 일본인과 같이 주민표(住民票)에 등록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서류 통합이 아니라, “외국인도 같은 주민이다”라는 선언과도 같았으며, 외국인도 세대 단위로 행정 서비스를 받고, 아이의 학교 통지서를 집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오래 살아온 외국인에게는 이전 제도가 일본 사회에 포함되지 못했던 시절, 자신을 상징하는 문서로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도 귀화 신청, 영주권 심사, 비자 재신청, 연금, 보험, 세금 등과 관련해 외국인등록원표 기재사항증명서(写し)가 필요하기도 하다.
즉, 제도는 사라졌지만, 기록은 여전히 법적 효력을 가진다.
또한 일본에서 사망 후 상속 절차에서도, 피상속인의 일본 내 거주 사실을 입증할 때 사용된다. 이 경우 ‘살아 있을 때의 나’를 증명하던 문서가 ‘살아 있었던 나’를 증명하는 문서가 되는 셈이다.
일본에 살면서 가끔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이곳에 과연 어느 정도 뿌리를 내렸는가.
주민표와 호적에 기록된 일본 국적의 가족들 사이, 내 이름에는 여전히 “대한민국”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 단어가 내가 이곳에 있으면서도 완전히 이곳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상기됨과 동시에, 차갑게 느껴지는 행정 제도에서 이곳에서 살아온 흔적과 시간의 증거를 확인할 수 있음에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행정상 한 줄의 기록으로 시작해 언젠가 그 기록으로 끝나는 삶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사진 출처:kikaja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