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창작’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AI는 '결핍'을 창작할 수 있는가

by 장성희

AI로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쓰고 노래 부르는 세상.

우리는 어디까지를 창작으로 봐야 할까?


1장.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예술

예로부터 예술은 기예(技藝)와 학술(學術)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었다.
단순한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인간의 손끝에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예술로 여겼다.

사전적 정의에서 창작이란,

방안이나 물건 따위를 처음으로 만들어 냄,
예술 작품을 독창적으로 지어냄


을 의미한다.

즉 예술 창작은 ‘인간이 새로움을 만들어 증명하는 행위’였다.


인간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 : 생존에서 의미로

고고학자들은 인류 예술의 기원을 7만 년 전 블롬보스 동굴의 선각(線刻)에서 찾는다.
그것은 무기나 도구가 아닌 살아있음을 남기려는 흔적이었다.


tempImageNVG7mJ.heic 블롬보스의 선각- 빗살무늬가 인간의 추상적 예술행위로 평가받는다. 출처: The Ancient Art Archive


불을 다루던 인간은 빛을 그렸고,

사냥을 하던 인간은 동물의 형상을 남겼으며

신을 상상하던 인간은 벽에 기호(記號)를 새겼다

하지만 사전적 정의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본능이 있었다.

자신과 무리의 삶을 기록하고자 하는 본능이었다.

이는 단순히 기능적 행위를 넘어서는 것들이었다.


인간에게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기 때문이다.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순간의 감정을 영원히 남기려 하고, 타인과 공감하며 위로받기를 원한다. 기쁨, 슬픔, 고통, 환희와 같은 '살아있는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여 타인의 마음을 두드리는 행위.

그것이 바로 인류가 붓을 들고, 악기를 연주하고 글을 써온 이유다.


즉, 창작은 인간이 자신의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숭고한 몸부림인 것입니다.

예술은 생존에 꼭 필요한 행위가 아니었지만,
의미를 창조하는 행위는 생존보다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한 증명이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도 이 정의는 유효할까?



2장. 새로운 시대, 새로운 창작의 영역

오늘날 창작 활동에는 인간뿐 아니라 AI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AI가 만든 것은 ‘창작물’인가?


창작의 핵심은 “주체성”

현재 국제 저작권의 원칙은 명확하다.

“창작의 주체가 인간일 때만 저작권이 발생한다.”

즉 AI를 ‘도구’로 사용하여 인간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면
그 최종물은 온전히 인간의 창작물로 인정된다.


실무적 보호 전략
저작권 등록: 인간이 의도를 갖고 직접 편집·선택·보정한 경우 가능
계약서 명시: AI 활용 범위, 저작권 귀속, 소유권 이전 등을 명문화
AI 이용 약관 검토: 일부 AI는 “상업적 이용 불가”를 명시하기도 하므로 주의 필요


AI의 산출물은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지만,
인간이 개입한 부분에 한해서는 보호가 가능하다.

현재 미국, EU, 일본 등에서는
AI와 인간의 협업 구조를 반영한 새로운 법적 기준을 논의 중이며
가까운 미래에 제도적 변화가 예상된다.



3장. 확장과 변혁, 도구를 넘어 파트너로

AI의 능력과 영역이 확장되면서 창작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실제로 2025년 10월, 강윤성 감독은 영화 <중간계>를 통해 KT의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CG를 구현해 내며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2025 KT AI P.A.N' 영화제에서 단편 <약탈>이 종합대상을 수상하며, AI가 영상 미학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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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라 미술계에서는 미국의 한 미술전에서 AI 프로그램 '미드저니'로 생성한 그림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우승을 차지하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문학계에서는 일본의 '호시 신이치 상' 공모전에서 AI와 인간이 협업한 소설이 1차 심사를 통과하기도 했다.


tempImageJW3KRg.heic 제이슨 M. 앨런의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 AI가 만들어낸 작품 출처 : AI라이프경제(http://www.aifnlife.co.


음악 분야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도 AI 작곡 툴을 이용해 손쉽게 음원을 발매하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라이선스'다.

AI 플랫폼마다 약관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만든 곡이라 해도 상업적 이용이 불가능하거나 저작권이 플랫폼에 귀속되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후보정을 했다고 해서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기에 약관을 꼼꼼히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변화의 파도는 거세지만 우리는 이 파도를 탈 준비가 되어 있을까?

아직도 제도와 인식은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4장. 온전히 AI만의 창작물

그런 시대가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AI가 온전히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낼 그날을 우리는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는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온전히 자신만의 의지로 창작물을 만들어낼 그날을 대비해야 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혹은 <Her>의 사만다처럼 AI가 스스로 사고하고 '자아'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언맨의 자비스(J.A.R.V.I.S) 같은 존재가 등장해
스스로 의지와 취향을 갖고 작품을 만드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자아적 의도(Intention)를 가지고

창작적 선택(Creative decision)을 하고

일관된 세계관 또는 표현 방식을 고수하며

결과물에 대한 책임 주체를 갖는다.


하지만 이 조건들은 모두 ‘인간의 철학적 기준’이다.
과연 AI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AI의 창작물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할 것인가?

당장은 필요 없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AI 창작 시대의 부작용

이대로 넋 놓고 있다간 AI 창작 시대에 따른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수많은 생산직, 판매직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듯 수많은 창작자들의 일자리가 축소될 것이다. 또 AI가 만든 콘텐츠의 범람함에 따라 예술의 가치는 하락할 것이다.

인간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던 예술이 범람하며 인간의 창작의식 약화되고, 학습된 알고리즘에 의해 편향된 문화가 확산될 우려가 높다.

또 무엇보다 “이것을 누가 만들었는가?”라는 책임 소재를 피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만은 없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인간이 생각지 못한 '제37수'를 두었듯 AI는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폭발시키는 최고 '뮤즈'가 될 수 있다.

우리는 AI가 만든 결과물에 '창작'이라는 지위를 부여할지, 아니면 새로운 용어로 정의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5장. 창작, 본질로 돌아가다.

창작이 '예술'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고유의 서사'와 '결핍'이다.

완벽한 기술로 그려낸 그림에는 감탄할 수 있지만, 작가의 처절한 삶과 고뇌가 담긴 붓터치에서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AI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랑 때문에 밤새워 울어본 적이 없다. 삶의 질곡을 통과한 경험 없이 데이터의 조합만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은 화려할지언정 그 안에 '영혼의 무게'는 없다.


의도, 감정, 선택, 책임

이 네 가지는 모두‘주체’를 가진 존재만이 할 수 있는 행위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예술은 인간 영역으로 인정되어 왔다.

따라서 AI의 활동은 기술적 경이로움으로 인정하되, 진정한 의미의 예술 창작은 여전히 인간, 혹은 그와 유사한 '삶의 감각'을 지닌 존재의 영역으로 남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술을 통해 우리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AI 시대에 창작자가 가져야 할 유일한 태도일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스스로 마음이 무거운 것은 나 스스로의 한계인지, 아니면 AI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지금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새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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