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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Feb 09. 2023

미묘한 차별을 아시나요



요즘 심리치료 윤리 과목을 공부하는 중인데 안 하던 공부를 갑자기 하자니 신체적 정신적으로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루하루 밀려오는 과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거의 한 달째 배달음식과 밀키트로 식단을 이어오고 이는 중이다.  공부를 시작하고 처음에는 외계어를 듣는 것처럼 나와는 동떨어진 단어로 구성된 문장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2년 차 접어들면서 아주 조금씩 눈과 귀가 열리는 느낌이다. 


이번에 듣는 과목에서는 특히 다문화, 인종, 차별, 가치관 등의 문제에 관해서 다뤘는데 내가 지금 속해서 살고 있는 밴쿠버라는 도시가 완벽한 다문화 도시이기 때문에 나에게 조금 더 와닿았던 것 같다. 


그중 의도하지 않은 인종차별과 미묘한 차별 문제를 읽으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 내가 이런 차별을 수없이 저지르고 있었구나.  의도적이든 아니든 일상생활에서 이런 차별을 하면서도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자각하지도 못했다.


직업이 있는지 없는지 물어보는 것, 직업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 청년들에게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있는지 물어보는 것 등도 미묘한 차별에 들어간다고 한다.  또 비영어권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면 영어를 잘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나는 칭찬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차별이라고 한다. 아무튼 내가 그동안 살면서 행했던 수많은 말과 행동들이 ‘미묘한 차별’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사람들이 나에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결혼 후 이민, 육아 등으로 단절된 경력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각종 문서의 직업 난에 ‘housewife’라고 쓸 때가 제일 싫다. 그런데 가끔 대면으로 그런 질문을 받을 때 민망한 웃음을 보이며 ‘housewife’라고 대답하면 그게 제일 훌륭한 직업이다, 존경한다, 당당한 풀타임 직업이다 라며 상대방이 반응할 때가 있다. 그러면 더 기분 나쁘다. 애써 나를 위로하려는 저 멘트들…  


결혼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언제 결혼할 것이냐고 묻는 것이 제일 듣기 싫은 소리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또 여드름이 났다거나 얼굴이 부었다 등의 외모에 대한 언급도 위험한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언급할 때는 그냥 안부인사 이거나 걱정이 있으면 있지 조롱을 하는 의도는 절대 없을지라도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분 나쁠 수도 있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상처를 받는다면 그것은 명백한 차별인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서 아프고 슬프다.  그 사실을 알면 돌을 던지지 않으면 되는데, 문제는 내가 돌을 던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 나도 다시 한번 나 자신을 점검하게 된다.  그동안 내가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을 어떻게 무시하고 차별해 왔는지, 누군가에게 모욕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나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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