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도 공백기는 있다

by young

몇 년 전 브런치 스토리를 발견하고 신나게 글을 썼었다.


갱년기가 피크를 찍을 때쯤 내 안의 바닥까지 쏟아낼 뭔가가 필요했었다. 손가락이 아파서 일기장에 연필로 한 줄 한 줄 쓰지는 못하겠고, 컴퓨터 앞에 앉아 마치 중요한 업무를 보듯 열중해서 뭔가를 하고 싶었다. 자존감을 높여야 했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다. 나만 아는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했다. 나도 나의 동굴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된 브런치 글쓰기. 설거지를 하다가도 갑자기 제목이 떠오르고 쓰고 싶은 내용이 마구 생각났다. 길을 걷다가 아까 올렸던 글을 계속 떠올리게 되고 멈춰 서서 핸드폰을 꺼내 바로 문장 하나를 수정하곤 했다. 그렇게 올렸던 글들이 가끔은 다음 사이트에 노출되면서 조회수가 쑥쑥 올라가기도 하고, 내가 진짜 작가가 된 것 같은 느낌에 혼자 뿌듯해하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마음이 정리되고 위로를 받는다고들 한다. 나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가라앉아있던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하루하루가 즐거워졌다.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되며 단순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며 내가 보는 세상도 조금씩 넓어졌다.


그렇게 젊어진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인생 2막은 내 이름으로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다 마음먹고 공부를 시작하여 이제 그 끝이 보인다. 상담학 대학원을 마쳤고 캐나다에서 일할 수 있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슈퍼비전을 받는 중이고, 어쩌면 가장 큰 산이었던 영어시험 점수도 얼마 전 성공적으로 받아놨다. 몇 달만 더 달리면 이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또 다시 마음이 복잡해지고 가라앉는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들여다보지도 않던 브런치 스토리에 새벽부터 홀린 듯 들어와 글을 쓰고 있다. 어릴 때부터 나의 가장 큰 단점은 끈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쓰고 싶은 글도 많고 술술 신나게 써 내려갔는데 언젠가부터 쓸 말도 없고 쓰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스르르 글쓰기와 멀어지나 보다 싶었는데.... 아니다. 그냥 잠깐 공백기 였던거지 뭐.


다시 포근한 나의 세상으로 돌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