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란사람 Mar 15. 2023

팀장 포기

20년 회사 생활 3번째 우울증 도피

ㅣ포기는 현명한 의사결정 이다ㅣ

  

공정 엔지니어로 입사하고 사원 1년차 때 처음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2주이상 잠을 자지 못했고, 초최한 몰골로 밤이새도록 걱정에 걱정을 하느라 날이 밝았다. 그게 우울증인지도 모르고 기숙사에서 뛰어내릴 생각만했다. 회사 사내의원에서 정신과를 소개해줬고 병원에서 우울증약을 처방 받았고, 회사에서는 한달 정도 쉴수 있게 배려해 줬으며 복직하고 업무를 바꾸어 주었다. 다행히 바뀐 생산관리업무는 할만 했다. 다만 한번 먹기 시작한 우울증약은 끊기가 어려웠다.

그게 첫번째 포기 였다. 포기했더니 업무가 바뀌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생각해보면 늘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더 높은 나를 그려 놓고 왜 못하냐고 다그치는데 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과정을 느긋하게 받아드렸으면 좋았을 것을 빨리 시늉만 내드라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어렵고 자신이 없으면 겁을 먹고 앞으로 안나간다. 앞으로 가가는 것 보다 나의 목숨을 쉽게 포기할 생각을 한다.


어찌어찌 회사생활을 10년을 했고, 또 우연히 잘나가는 계열사로 이직도 했다. 인복은 있다. 처음하는 업무 였지만 열정을 다해서 했다. 그러곤 또 벽을 만나 우울증약을 늘리고 죽겠다 생각하고 그만두겠다 했다. 그랬더니 육야휴직을 하게 배려해줬고, 다녀와서 또 업무가 바뀌었다. 그 업무는 또 할만했고 재밌었다.


그러다 어느날 팀장을 하란 제의를 받았다. 처음하는 일에 신생팀… 팀원도 모집해야하고 업무도 만들어 내야하는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기회가 왔는데 잡아야지 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나도 하면 할수 있겠지 생각했다. 초반에는 모르는게 당연하니 여기저기 질문도 많이하고 붙이치고 깨지고하며 하나씩 성과도 냈다. 하지만 가면갈수록 벽에 붙이치고 답을 찾을수 없는 굴레에 또 빠졌다. 그래서 또 포기를 했다. 우울증약은 2배로 늘렸고, 살은 4키로가 빠졌으며, 의욕은 상실되었다.

그만두겠다고 하니 그럼 팀장에서 내려와 다른팀 실무를 하는것은 어떻겠냐고 한다. 그러겠다고 했다.

정말이지 난 회사에서 보면 꼴불견이고 답답한 사람이다.


팀원들에게 아직 이야기도 못하고 일주일 휴가를 냈다. 세번째 우울증을 핑계삼아 도피한 팀장….

아직도 회사걱정 일걱정 팀원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하나 상사에게 어떻게 이야기 해야하나 걱정에 걱정을 하고 있지만…


조직이니까 조직이 움직이는게 한명의 개인이 무너졌다고 망하는게 아니니까 조금 피했다가 다시 가서 일하면 또 의욕이 생기려나?

잘린 것도 아니고, 스스로 내려온 무능력한 팀장…그리고 다시 마주해야하는 팀원들…


차라리 처음부터 제안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누군가 나보다 대단한 사람이 나타나서 잘 이끌어주길… 내가 찾지 못한 답을 찾아 주길… 내가 가이드하지 못한 업무를 가이드 해주길…


난 또 다시 일어설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