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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나타르트 Mar 14. 2023

내 인생의 네비게이션

10년 전까지만해도 부산을 나와바리 삼던 남편은 화가 났다.

시흥으로 이사 후 부산 여행을 올 때마다 길이 여기저기 바뀌어 있던 탓에 이번에도 문제가 생긴 것이다.     

처음엔 네비를 믿고 들어선 차선이 고속도로로 연결되는 바람에 차가 막혔고

그 다음엔 네비를 못믿겠다며 소신있게 들어선 길이 좌회전 불가로 또 한참을 돌아가야했다.

결국 20분 거리를 1시간만에 도착한 우리는 남편 친구와의 약속에 늦고 말았다.


약속 시간에 늦는 걸 매우 싫어하는 남편은 친구를 만나자마자 몸둘바를 몰라가며 사과를 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평소 나와 외출 할 때 늘 늑장을 부리는 남편이 내게도 저런 태도면 얼마나 좋을까싶어 잠깐 얄미운 생각이 들었다.


워낙에도 너그러운 남편의 친구는 오랜만에 본다는 이유가 더해져 우리의 지각을 쿨하게 넘겨주었다.     

평화로워 보였던 그 친구는 보기와는 달리 방금 막 어머니와 싸우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남편은 친구의 고민을 물었다.


사연은 길었지만 정리하면 흔히 접할 수 있는 두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에게는 10년을 만난 연인이 있다.

그러나 최근 결혼을 앞두고 양가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괴롭다고했다.     


먼저 결혼한 선배랍시고 마음 속은 금새 이런저런 훈수로 가득찼지만

나는 꼭 하고싶었던 몇마디만을 제외하고는 말을 아끼기로했다.

하고싶은 말을 입밖으로 다 뱉어나고나면 그만큼 내가 가벼워질 것 같아서..

그에게 차마 못다한 말은 돌아와 일기장에 적어두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20분이 걸릴지 1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네비도 없는 인생길에 필요한 것은

정확한 목적지를 안내 해줄 '나만의 인생기준'이라는 생각을 했다.


선택의 순간에 내게 길을 보여줄 가장 중요한 기준 하나만 명확하다면

목적지를 향해 가는 시간과 과정은 크게 의미없을지도 모른다.     


내게는 ‘나의 행복’이 기준이었다.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선택이라면

그 길이 꼬이고 막힐지라도 가는 쪽을 택했다.     


어느쪽을 선택하든

어차피 그 길을 걸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 인생 아닌가.

나는 그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걷기를 바랬다.     


그러다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너그럽고 쿨하게 반겨주는 인생이 그를 기다리고 있길 마음으로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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