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치유 요리사
달빛 치유 요리사
카페 '문아지'
눈치챘겠지만 문아지는 우리 할머니 함자이다.
영자로 쓰인 걸 보면 프랑스어 인가 하고 추측하거나 달하고 관계가 있나 보다 하기도 한다.
문아지는 2020년 2월까지 판교에 있던 친환경 베이커리 카페다.
할머니의 요리 정신과 기술을 가장 많이 체득하고 있는 둘째 동생이 운영했던 가게였다.
어느 날 동생이 카페를 하겠다고 가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다.
문아지 정신으로 요리를 하며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걸 즐기던 동생이었는데,
그 일이 주문까지 들어오는 상황이 된 것.
저질 체력이 집안 내력이라 힘든 일은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는 하고 봐야 하지 않겠나.
맘에 들어 하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늦은 시간 잠을 청하며 동생 정심이를 생각했다.
맛있는 음식, 건강한 음식, 베이커리, 정성, 베풂, 반듯함, 할머니, 문아지 할머니...
그래, 요리하시는 문아지 할머니 곁에서 간을 보고, 시장 가시는 할머니와 가장 많이 함께 했던 정심이었다.
음식에 관한 유산만큼은 제일 많이 차지한 동생.
그러니까 문...... 아지.
문아지여야 한다.
눈을 감고 문... 아... 지... 를 음미했다.
문... 하니 Moon이 떠오른다.
우리 할머니 얼굴이 보인다.
그래서 달빛 치유 요리사.
우리 정심이 얼굴도 달에 꼭 맞다.
일단 달이다. 그리고 아... 지... 는 어떤가.
갑자기 막혀 버린다. 아지는 뭐지? 강아지의 아지랑 같은 건가? 이런...
옛날엔 여자 이름을 아무개처럼 아지라고도 막 붙였던 것 같다.
일단 이 고민을 동생과 의논해 보기로 한다.
정심아, 문... 하니 달이 떠올라. 발음도 괜찮아. 근데 아지는 어쩌지?
검색을 해보니 궁중의 유모라는데 나쁜 뜻은 아니니 그냥 해도 될까?
동생이 갑자기 생각난 듯 '아, 그거 일본어로 맛이야'한다.
대학 졸업 후 일본에 유학을 다녀왔던 동생은 익숙한 단어에 반가워했다.
아, 달 맛이네.
이래저래 느낌 좋고 문아지 정신을 담을 수 있어서 흡족했다.
그렇게 탄생한 카페 문아지.
동생의 빵으로 치유받은 손님들은 달빛을 보았을까?
베이커리를 전문으로 배우지 않아서 더 창의적이었던 동생의 요리는 문아지 유산이었다.
가게는 문을 닫았지만 달빛 치유 맛을 본 사람들의 그리움은 끊이질 않고 있다.
이제 문아지로 무얼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