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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진 May 14. 2024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감사라는 사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6.

만물을 이루고 있는 기본 물질이 썩을 때 물과 먼지와 뼈와 악취가 발생한다. 또한 대리석은 흙이 단단하게 뭉친 것이고, 금과 은은 퇴적물이며, 옷은 짐승의 털이고, 자주색 염료는 조개의 피며, 다른 모든 것도 그런 식이다. 우리의 생기도 마찬가지여서 이것에서 저것으로 변화한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9권 36.



아침에 연락을 받고 갑작스레 시할머니와 병원에 가게 되었다.

어디가 안 좋으신 건지, 병원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나밖에 갈 상황이 안 되었다.

신경외과로 진료를 보고, 사진을 찍고, 검사를 하면서 입원을 했다.

간호 간병 통합 병실이라 보호자 없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다.

할머니의 보호자가 되어 병원을 가고, 사인을 하고, 질문에 답변을 했다.

10년 전이지만 의료진이었던 한때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 엄마가 줄곧 얘기하던 간호 간병 통합 병실이 이런 곳이구나, 다들 고생이 많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로 이동하며 다녔다.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하셨다.

90이 훌쩍 넘는 연세이기도 하고, 몸이 안 좋아 서기도 하지만 기운이 없었다.

입원을 하고 시부모님 가게로 돌아왔다.

아침에 맡겨 놓고 간 은서가 쪼르르 나왔다.

할머니, 할아버지랑 잘 있었는지 표정이 밝다.

밥도 먹고 떡도 먹었다며 종알종알 얘기한다.

엄마 찾지 않고 잘 있어준 은서가 고맙고, 건강한 아이들이 고마웠다.

나도 그렇지만 주위 사람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좋겠다.

병원에 잠시 갔다 왔을 뿐인데 삶과 죽음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생과 사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을 자주 보는 남편은 어떠할까.

괜히 전화 한 번 더 걸어보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사상을 믿기에 이번 생은 과거 생에 영향을 받는 거라 생각한다.

과거의 내가 덕을 많이 지었나 보다.

이번 생도 덕을 많이 지어 다음 생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다 가고 싶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감사라는 사실.

이것만 잊지 말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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