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10.
자연을 능가하는 기술은 없다. 사실 모든 기술은 자연의 이런저런 모습을 모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_제11권 10 중에서
산청 송정숲에 갔다.
물속에 들어가서 논게 얼마 만인지 모른다.
평소 같으면 물 밖에서 아이들 노는 걸 찍고, 지켜볼 텐데 오늘은 같이 들어가고 싶었다.
은서 튜브도 직접 끌어주고 선우, 윤우 잠수하는 모습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숲 그늘 밑에는 텐트로 빼곡했고, 하천에는 색색깔의 튜브로 가득했다.
초록색 나무,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언제고 고개를 들면 시선 끝엔 이 세 가지가 있었다.
물과 사람 소리를 배경 삼은 자연은 더욱 눈부셨다.
물고기를 잡기 위한 뜰채, 통발, 물통.
물속을 더 잘 보기 위한 물안경, 고글, 스노클링 마스크.
햇빛을 가리기 위한 모자, 긴 옷, 양산.
사람들은 다양한 물품을 이용해 자연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즐겁게 놀았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자연 안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눈에 꼭꼭 담는다.
남편과 나, 아이들은 나이가 들고 모습이 변해가더라도 송정숲은 그대로 일 테다.
나를 물속으로 이끈 것도 내년 여름의 아이들은 올여름과는 또 다를 것이라는 시간의 유한함 때문이다.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고 편리해지더라도 자연에서 받는 느낌, 생각만큼은 따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