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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Jul 26. 2021

여행 준비라 쓰고 설렘이라고 읽다

스위스 일기

표지 사진 : Photo by Emanuela Picone on Unsplash


며칠 전 글에서 일렁이는 마음을 조심하자고 '범람 주의'라고 까지 했는데 여행 얘기에 다시금 마음이 일렁인다. 하지만 다시 한번 다짐한다. 방심 금물, 범람 주의. 

건강하게 가서 건강하게 놀고 건강하게 돌아와야 한다. 


스페인. 신혼여행지였다. 2년 전에 결혼을 하고 아직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결혼식을 마친 후 바로 스위스로 오게 되었는데 그 뒤로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집콕 생활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유럽은 작년 2020년 초부터 상황이 안 좋았기 때문에 스위스 내의 여행도 어려웠던 시기라 스위스를 벗어난 여행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스위스에 입국하자마자 집콕이었으니 나도 정말 별 경험을 다한다 싶었다.


'그때 아마 락다운 했었지? 락다운도 옛날이야기가 되다니.'


그렇게 나의 신혼여행은 자연스럽게 미뤄지게 되었고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들 새도 없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신혼여행 어디로 갈 거냐는 말을 1년 넘게 듣게 되었는데 그건 오히려 나름 그 시간 동안 신혼여행을 끊임없이 기대하며 설렐 수 있었던 이유가 되었다. 무엇보다 결혼 후 스위스로 오게 된 나에게 스위스는 신혼여행지나 다름없었기에 그래서 였을까, 아쉬운 마음은 아주 조금 설레는 마음은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물론 이렇게 오랫동안 상황이 변하지 않을 줄은 전혀 몰랐지만. 드디어 가게 된 여행이 어떤 여행보다 기억에 많이 남기를 바라며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앞두고 설레는 마음은 더 커졌다.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그 고요함이 조금은 진동하듯 잔잔했던 일상에 여행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두근거렸다.


여행지는 이미 결정했고 지난 시간 동안 이것저것 많이 알아본 덕분에 아직 여행 가려면 시간이 좀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여행루트는 거의 잡혀간다. 언젠간 가겠지 하고 저장해두었던 메모들이 이렇게 빛을 발할 줄 몰랐다. 아쉬운 마음 반 기대하는 마음 반으로 저장했었는데 설렘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다시 펼쳐보게 되니 좋았다. 이렇게 또 깨닫는다. 사람 일 정말 모른다. 


가족들에게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고 전하니 잘 다녀와라 라는 말 뒤로 조심해라 하는 말이 이어졌다. 부모님께서는 자식 걱정에 매번 전화할 때마다 조심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번에는 그 말이 조금 더 분명하게 들렸다. 


"다른 거 몰라도 건강하게 조심히 다녀와야 한다." 


괜한 걱정을 끼쳐 드리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서 더욱 건강히 잘 다녀오겠다는 말을 힘주어 씩씩하게 말했다. 건강하게 가서 건강하게 놀고 건강하게 돌아와야 한다.



2021.07. 스위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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