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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FRAU Feb 07. 2022

브라이덜 샤워

스위스 일기

브라이덜 샤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늘 드레스 코드는 화이트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평소에 친구들과 드레스 코드 같은 거 맞춰서 입고 다닌 적이 없는데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내 알게 되었다. 조금은 서툴고 또 조금은 어색한 친구들의 메시지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우리 사이에 서로 모른 척하기는 너무 오글거리고 그래서 평소처럼 그렇게 만났다. 나만 하얀색 옷을 입고.

무슨 날인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간 그곳에서 예상치 못했던 감정이 불쑥 터져 나왔다. 오글거리지만 친구들의 손길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느껴졌달까.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리고 그걸 또 모른 척하고 지나갈 친구들이 아니지. 놀릴 사진 찍느라 바쁜 친구들은 그렇게 나를 달랬다. 울다가 웃다가 너무 재밌고 행복했다. 너무 고마웠다.



스위스는 오전 10시, 한국은 오후 6시부터. 드레스 코드는 하얀색!

반가운 메시지를 받았다. 벌써부터 재밌고, 눈물 흘릴 친구가 기대되었고 또 같이 놀릴 생각을 하니 웃음이 나왔다. 노트북을 꺼내 세팅을 하고 하얀색 옷으로 맞춰 입고 연락을 기다렸다. 화면 속 솔드 아웃, 그러니까 곧 신부가 될 내 친구는 너무 예뻤다. 결혼식 당일도 아니고 심지어 본식 드레스도 아니었는데 하얀 원피스를 입은 친구 모습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나를 포함해 우리는 곧 신부가 될 친구에게 아낌없이 축하를 건넸다. 왠지 모르지만 모두 엄청 들뜬상태로. 

비록 나는 화면 속으로 친구들을 만났지만 그래서 많이 아쉬웠지만 진심으로 마음만큼은 같이 옆에서 축하하고 있다고 전해지길 바랐다.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그 마음을 말하기도 전에 친구들은 내 얼굴, 그러니까 핸드폰을 이리저리 들고 다니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순간 AI가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나중에는 어지러우니까 천천히 움직여달라고 까지 말했다. 그걸 또 순순히 받아들일 친구들이 아니지. 핸드폰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서로 웃고 말았다. 나는 행복한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장면 장면마다 연신 화면을 캡처하며 내 친구의 결혼을 축하했다.

축하해. 울지 말고. 행복하자.



우리

브라이덜 샤워 두 번 받은 사람 손!

친구가 결혼 전에 우리 집에 와서 하루 자고 가라고 제대로 놀자고 연락을 했다. 나는 아주 흔쾌히 친구 집으로 향했고, 나를 데리러 나온 친구의 차 안에서 핑크색 풍선을 발견했다.


“아 진짜 왜 뒷좌석을 열어? 앞에 타!!!”


당황해서 소리치는 친구의 목소리에 나는 너무 웃겨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웃었다.


“지금 들킨 거지?”


그렇게 우리 둘의 브라이덜 샤워는 시작되었다. 친구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차 안에서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고, 친구는 화를 내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목소리와 표정으로 한숨만 쉬었다. 집 앞에 도착하자 나보고 굳이 먼저 들어가라며 짐은 자기가 내리겠다고 떠미는 간절한 친구 손 때문에 우리는 한바탕 또 웃었다. 먼저 들어간 방 안에는 풍선이 가득했다. 바쁜 와중에 이걸 혼자 불어서 채워놓았을 친구 모습에 감동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미처 완성시키지 못한 BRIDAL SHOWER 알파벳을 보고 또 한 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클라이맥스.


"옥상에서 할 건데...... 이거 마저 불어서 가지고 와."


이왕 들킨 거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친구 모습이 너무 웃기고, 귀엽고, 재밌었다. 나는 내 브라이덜 샤워 아니냐고 내가 불어서 가지고 가서 붙여야 되는 거냐고 확인 차 다시 물었다. 


친구는 단호박이었고 그 단호함 앞에 나는 더 이상 웃을 힘도 없었기에 자리에 또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친구가 시킨 대로 열심히 풍선을 불어서 옥상으로 가지고 올라갔고 벽에 하나씩 붙였다. 풍선은 또 얼마나 많은지. 굉장히 신박한 브라이덜 샤워였다. 재밌었다. 행복했다.



우리들

조금은 서툴고 또 조금은 어색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지금은 더없이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서로의 진심 어린 축하와 축복이 가득했기 때문은 아닐까. 함께 웃을 수 있고 함께 울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고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는 그 말을 이렇게 또 확인하게 된다. 

결혼을 앞둔 친구가 지금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고, 함께 축하를 하며 배꼽 빠지게 웃고 또 울었던 친구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런 좋은 친구들의 축하를 받았던 나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자, 그래서 다음은 누구?



스위스 일기(2022.02)

Photo by. 그라치아 GRAZIA (JOFRAU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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