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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의글 Jul 06. 2022

필연적 관계의 끝과 시작, 헤어질 결심

미스터리와 멜로, 다르고도 필연적인 관계에 대하여

의심과 관심, 허상과 실체, 그 모든 미스터리 사이로 밀려오는 진심이라는 침식의 파도

결국 모든 관심의 근원은 미스터리와 의심이다. 안개에 가려진 듯한 상대를 찾아 헤매는 것이 사랑의 시작점이다. 경찰과 용의자, 경찰이 찾고자 하는 용의자의 미스터리, 표면적인 의심 이면에 가려진 관심, 초반부에서 해준이 용의자인 서래를 찾아 안개를 헤맸다면 결말 부에서는 서래가 해준을 찾아다녔다는 내러티브가 펼쳐진다. 상대방을 의심하고 미스터리에 뛰어드는 두 사람. 그 숙명 안에서 오고 가는 필연적인 관계에 사랑에 빠지고 이를 자각했을 때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다르지만 맞닿아 있는

‘헤어질 결심’의 내러티브는 결코 다르지만 필연적인 두 주제의 관계로 지배되고 있다. 청색과 녹색, 산과 바다, 의심과 관심, 허상과 실체, 끝과 시작.

산과 바다는 높이에 있어서 극적으로 다르지만, 산에서 바다로 물이 흘러 이어진다. 의심하기에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있기에 의심한다. 감정은 허상이지만 감정이 진심을 지배하고 실현하게 한다. 서래의 집을 훔쳐보는 해준은 허상 속에서 이미 서래의 곁에서 얘기하고 있다.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이 감정은 두 인물 모두 느꼈으며 허상에서 해준이 느낀 감정은 구체화되어 해준의 행동을 지배한다. 심장과 마음은 실체를 가진 것과 아닌 것으로 나뉘지만 번역기를 통한 오역과 그 형사의 심장을 가져다 달라는 서래의 대사로 관객들은 이 두 가지가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사랑이 끝났을 때 상대방의 사랑이 시작됐다는 대사와 플롯은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다는 필연적이고 비극적인 관계를 뜻한다. 이처럼 다른 두 가지를 이어주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선의 미스터리를 찾는 것이 영화의 내러티브이다. 이 모든 것에 선을 긋고 또 이어 나가려는 것이 헤어질 결심이다.


진실이라는 침식의 파도

‘헤어질 결심’은 결국 필연적 관계의 개념들을 계속해서 변주하는 영화다. 이는 곧 해준과 서래의 관계 그 자체를 뜻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이 변주에 영화는 결말 부에서 제법 명료한 답을 준다. 결말 부에서 해준은 서래를 쫓던 과정에서 서래가 녹음했던 파일을 통해 서래의 진심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해준이 서래가 있는 곳을 찾았을 때 서래는 이미 바다 깊은 곳에 있었다. 영화를 관람하는 입장에서 대부분 사람은 해준이 서래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관계는 양쪽의 성립 조건이 만족하여야 한다. 서래는 해준의 사랑이 끝났을 때 자신의 사랑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결말 부에서 해준의 사랑이 시작됐다면 서래의 사랑은 끝나야 한다. 진심이라는 침식의 파도는 사랑을 끝냄과 동시에 또 하나의 사랑을 시작하게 했다. 영화의 모든 미스터리 사이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진심이었다.


이외에도 영화는 수많은 이면적인 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영화의 초반과 후반을 가르는 기점을 기준으로 대비되는 요소들을 찾다 보면 자연스레 재관람으로 이어진다. 미스터리와 멜로라는 원초적인 관계성에 대한 비극적이고 아름다운 감상의 만조를 일으키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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