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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먹 Mar 13. 2022

35만 원 좀 도로 가져가세요

수취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해

실수로 모르는 사람의 통장에 입금을 해보거나, 입금액을 잘못 보낸 이야기를 인터넷에서만 읽어봤지, 이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줄은 몰랐다. 비록 내가 착오 송금을 한 게 아닌 받은 쪽의 이야기지만. 시답잖은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고 있던 월요일 저녁. 카카오뱅크로부터 알림톡이 하나 도착했다. 10시 17분. 입금, 35만 원. 카카오뱅크 모임 통장에 누군지 모르는 사람에게 입금이 들어와 있던 것. 누구세요?


놀라움도 잠시, 온갖 시나리오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대포 통장 연루부터 보이스피싱 피해액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나쁜 상황에 대해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출처 모를 돈의 입금이 이렇게 무서울 수 있을까. 장난스레 그냥 써버리면 되지 않냐는 말도 들었지만 직접 겪은 내 입장에서는 전혀 장난스럽지 않았다. 모든 상황이 불편하고, 실수한 사람은 상대방인데 왜 스트레스는 내가 받고 있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35만 원이면 월세인가? @pixabay


다음 날 오전, 출근길에 바로 카카오뱅크 고객센터 챗봇을 통해 상담직원 연결을 요청했다. 본인 확인을 거치고, 대포 통장이나 보이스피싱에 관련된 일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나서 신한은행을 통해 입금된 사실을 알았다. 신한은행을 통해 문의해보라는 답변과 함께 첫 번째 상담은 끝났다. 


출근하는 사람들도 북적이는 아침 1호선. 신한은행은 카카오톡 챗봇을 통한 상담을 찾지 못해서 결국 전화를 걸었다. 안내 전화 메시지를 듣자 하니 재택근무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일까, 지하철에서 내 이름과 잘못 입금된 계좌 번호를 직접 말해야만 했다. 그 1호선 안에서. 이거 보안 괜찮은 거 맞나. 찝찝한 마음을 뒤로한 채 상담원은 카카오페이를 통해 입금한 것이니 카카오페이를 통해 문의해달라는 답변과 함께 두 번째 상담이 끝났다. 슬슬 짜증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카카오페이 문의센터 챗봇을 통해 상담을 요청했다. 중개 요청 접수를 통해 내 연락처를 송금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돈을 바로 반환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송금인 연락처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수취인이 넘겨야 하는 시점에서 답답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결국 나의 연락처 제공에 대해 동의했다.


다만, 송금인의 연락처가 정확하지 않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추가로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처리 결과에 대해 별도의 회신은 또한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읽고 있는 내 눈을 의심하며 연락이 안 닿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다. 중개 요청 접수를 통해 해결되지 않는 경우 개인적으로 해결 진행해야 한단다. 여기서 난 분노가 폭발했다. 아니, 경찰에 신고하란 뜻인가? 내 돈도 아닌데?



 분노의 상상 @pixabay


상담원에 따라 다를 수 있나 싶어 신한은행에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업무 시간 내내 신경 쓰여서 일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수취인으로 대처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지만 결국 해결된 게 없는 이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인터넷에 반환 소송에 걸린 사례, 개인 대 개인으로 돈을 돌려줬다가 대포 통장에 연루된 사례 등을 검색하며 수취인이 조심해야 하는 행동,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해 검색했다.


우습지 않나. 수취인은 그저 돌려주려고 했을 뿐인데 대포 통장에 연루되어 통장 사용이 금지될 수도 있다는 점이. 그걸 수취인이 스트레스받으며 대비해야 하고 있어야 하는 점이. 모든 잘못은 송금인의 실수로 시작된 것이다. 일부러 돌려주지 않으려고 하는 수취인이 있다면, 물론 그 수취인도 문제가 있지만. 나처럼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피해받은 사람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일주일 안에 연락이 오지 않으면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지 이틀 후. 카카오페이를 통해 반환 요청이 들어왔다. 요청 전화를 받자마자 35만 원을 돌려줬다. 분명 내 연락처가 전달됐을 텐데 사과도, 감사 인사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 점에 또 분노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해결되어 속은 후련했다. 나는 절대 착오 송금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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