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BRE 윤수경 Jul 26. 2021

7개국에서 살아보고 4개국에서 일해본 예림씨

일 잘하던 직장인에서 사랑받는 아내로 변신

AEC(Asian Expats Club) 제휴 할인을 제안하러 간 한스 키친에서 사장님이 신메뉴를 준비했다며 먹어보라고  ‘김치말이 메밀국수’를 주셨다. 사장님은 나 말고도 두 명의 한국인 여성분에게도 국수를 권하셨다. 그렇게 시식을 하면서 옆 테이블과 자연스럽게 합석을 하게 되었다


예림이는 인도에서 2년 반을 일하다가 시집을 가면서 현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살고 있다. 예림이가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이야기들을 서로 공감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예림이에게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 인터뷰 제안을 했을 때 예림이는 거절했다.


예림이 : “언니 나 주부잖아. 부끄러워.. 할 말이 없.”


마음이 아팠다.

나 : “나도 결혼하고 4년을 경단녀로 육아에만 집중했었어. 아이를 돌보는 것 그리고 주부라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라고. 물론 우리 같이 회사일이 무척 적성에 맞는 사람들에겐 집안일이 답답할 수 있어, 하지만 누군가에겐 큰 울림을 줄 수 있으니 너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다.”


질문서에 두줄을 쓰더니

할 말이 없다던 예림이를 위해

전화로 인터뷰를 이어나갔다.


인터뷰를 마치고 예림 씨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리고 내가 그녀의 팬이 되었다.

 찐 팬이다.



[인터뷰 Q&A]


(1)  인도는 언제 오셨나요?  어떤 일을 하셨나요?

2016년 2월에서 2018년 7월까지 약 2년 반을 P사에서 근무했습니다.  전 직장에서 하던 일은 마케팅이었지만 인도에서는 마케팅은 물론 다른 지사 총괄 업무 담당이었어요. 저희 5명의 팀원 관리, 고객사 관리, 그리고 구르가온이 헤드 오피스라서 첸나이와 뿌네 지역까지 관리해야 했습니다. 영어를 전공했기 때문에 중요한 미팅이 있을 땐 제가 통역 업무도 담당했고요.


일은 많은데 인도 직원들이 제시간에 업무를 진행하지 않아 중간중간 계속 확인을 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특히 회의 중 쓸모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논점이 흐려지기 일수라서 이것을 잘 잡아야 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회의를 이끌기 위해 중간중간 요약(Summery)을 해줘야 하며 어려운 영어를 쓰면 못 알아들으니 쉽고 명쾌하게 설명을 해야 했죠.  “The point is XXX?” (요점은 이거지?)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리고 정말 화가 났던 건 인도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절대 인정 안 하고 항상 핑계(excuse)를 댄다는 점이었어요. 인도인들 보면 정말 말만 많고 정리도 안되고 미사여구가 너무 많습니다. 페이스를 뺏기면 안 돼요.



(2)  인도에 오셔서 집은 어떻게 구하셨나요?

일단 저희 P사에서는 일단 게스트 하우스에 한 달을 머무르면서 집을 찾아다닙니다. 한 달 후에는 계약한 집으로 무조건 나가야 하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깨끗하고 식사 문화도 잘 맞는 여자 일본인과 룸메이트를 알아보다가 조건이 틀어져서 직접 칼튼(Carton Estate) 아파트 쪽으로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집주인은 미국 시민권자로 2달 후에야 집을 비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저는 한 달 후에 게스트하우스에서 나가야 하는 처지라서 한 달만 하숙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제가 집주인 미팅 때 빨간 드레스를 입고 열심히 화장을 하고 갔더니 예뻐 보였는지 외국인이고 집도 깨끗하게 쓰겠다는 생각에 저를 세입자로 하숙생으로 받아주셨답니다. 그때 그 세련된 노부부 덕분에 인도인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게 되었어요. 인도인은 더럽고 나쁘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제가 나쁘고 덜 성숙한 인간이란 걸 깨달았답니다. 그리고 그 집에 와인이 많아서 좋았어요.  하숙 생활 한 달 후 미국에 가실 때 접시랑 침대, TV, 냉장고, 식기세척기도 다 두고 가셔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 당시 살았던 집:  3 BHK : 45,000RS (약 70만 원)] - Carlton Estate 1

* Facebook에서 'Expats room shre in Gurgaon'등으로 검색해서 클럽 가입 후 연락해서 같은 아파트에 난 공고문을 보고 계약하게 된 집이라고 함



(3)  주말은 어떻게 지냈나요? 외롭고나 심심하지는 않았는지..

저는 인도에 정말 너무 좋은 추억들이 많아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달 지낼 때 캐나다 교포 오빠가 친구들도 많이 소개해주고, 룸메이트 알아보다가 친해진 일본인 집에 초대받아 파티에도 갔었고, 칼튼 아파트를 소개해준 프랑스 친구랑도 잘 지냈죠.  그리고 회사에 싱글 직원들과도 퇴근 후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델리에 있는 교회에서도 친구들을 만들 수 있었어요. 놀다가 지치면 집에서 생수를 마시면서 TV 보던 시간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답니다. 인도에서 진짜 너무 재미있게 지내서 지금도 가끔씩 그립고 생각이 날 정도예요.



(4)  7개국에 살았고 4개국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중학교 때부터 외국에서 공부했어요. 처음엔 영국에서 공부하다가 뉴질랜드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졸업을 했죠. 그러다가 개인 사정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후 한국에 있는 대학을 졸업했어요.


첫 직장은 KBS World 채널 콘텐츠 제작을 했고 그다음 카타르에 있는 항공사 VIP 마케팅 일을 하다가 라오스 중견 기업에서 9개월 근무 한 경험이 있는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주먹구구식의 일처리가 싫어서 퇴사했어요.  라오스에 가기 전에 Dior로 취업을 할까 고민할 때 조언해준 선배가 직장생활이란 다 힘드니 어디든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라 해서 라오스를 갔는데 차라리 디오르로 갈걸 그랬어요.


그다음 인도 P사로 취업되어 인도에서 일하다가 결혼을 준비하면서 한국으로 갔고 제일기획에서 6개월 정도 근무를 했어요.  현재는 결혼 후 아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 살고 있으며 내년에 저만의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만 3세 미만의 아트 클래스가 없길래 제가 시작해보려고요.

라오스에서 코라오社에 다닐 때
카타르항공 본사 및 친한 동료들 - 항공사 복리후생으로 모든 5성급 호텔에 사원증 보여주면 할인 혹은 무료 알콜, 무료 수영장, 무료 엔터리에 자주 갔음
애증의 인도 직원들과 기념사진



(5)  이직 희망자들에게 전하는 현실 조언

본인이 하는 프로젝트들을 잘 기록해두고 그때그때 영문/한글 버전으로 기록하는 게 중요합니다. 링크드인(Linkedin) 같은 것도 그때그때 업데이트해주고 관리하며 본인 PR 이 중요합니다.


이직하면서 몸값이 올라갑니다. 특히 대리급일 때가 일자리 폭풍 제일 많을 때이며

그렇기 때문에 첫 직장(사회초년생일 때) 최소 2년 이상은 한 곳에서 진득이 일 배우고 경험치 쌓는 게 중요합니다. 외국에서 일하려면 비즈니스 메일 작성 및 전화매너 , 고객사와의 미팅 때 써먹을 아이스브레이킹 같은 건 미리 숙지 혹은 공부를 해두는 것이 중요하죠.


그리고 특히 인도에서  직장 생활할 때 동료들이랑은 넘 퍼스널 한 관계가 되는 거 업무에 지장 줘서 좋지 않습니다. 본인이 관리자급이면 선을 지키면서 일하는 게 본인 정신건강에 도움되며 아니면 기어오릅니다.



(6)  사우디에 사는 건 어떤지?

아직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지 않아 인프라가 열악합니다. 특히 저는 맥주를 좋아하는데 여긴 맥주와 돼지고기를 팔지 않으니 힘들더라고요. 육아 용품 등 한국에서 택배로 필요한 물건을 받아서 사용하는 중입니다.



(7)  해외 취업 구직 당시 이용했던 사이트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www.peoplenjob.com

이 사이트는 취업시장의 DB라고 볼 정도로 일자리 총집합입니다.



(8)  추천 관광지

타지마할이랑 바하이 사원


1. 타지마할은 가서 주변에 대리석으로 만든 미니 타지마할 꼭 사세요.. 전 세계 어느 문화유적지도 대리석으로 깎아낸 미니어처는 팔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도를 떠났을 때 문득문득 보면 타지마할을 가던 험난한 여정(멀미)이 생각나며 추억 돋습니다.


2. 바하이교 사원은 시드니 오페라랑 너무 비슷하게 생겼고 건축에 관심이 있으면 가볼 만한 관광지입니다. 사 원 안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어요.  왜냐면 건축 설계 자체를 바람이 어디선가 잘 통하게 만들어놓았다고 합니다. 입장료 또한 없음. 기념사진 찍음 멋있게 나와서 좋고 물 위에 떠있는 연꽃 같아 이쁘게 잘 나옵니다.




(9)  행복이란?

회사 다닐 때는 이런 말을 들을 때 행복했어요.

“예림씨가 작성한 보고서 수정 없이 바로 회장님께 보고 드렸습니다.”


보스 : “우리 예림씨한테 일 시키려면 나한테 먼저 물어보고 시키세요. 우리 예림씨 지금 바쁩니다. 일 시키지 마세요.”


현재의 행복은 제가 준비한 밥을 아이가 맛있게 먹을 때, 웃어줄 때, 남편이 정말 맛있다고 칭찬해줄 때. 회사에서는 내가 희생한 만큼 나를 위해 희생해 주지 않지만 가족들은 나의 희생을 알아봐 줘서 좋아요. 보람을 느끼고 지금이 행복합니다.




현재 예림씨는 사우디에 있는 한국 대기업에서 근무 중입니다.

예림씨와 사랑하는 그녀의 아들


일하는 엄마
그녀의 꿈을 응원합니다.
모든 엄마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델리에 야채 파는 한국 빵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