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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름달 Sep 05. 2023

세줄 쓰기

여름방학 쉬어가기

1.


<굳은 상처>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만 아무도 물어봐주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래 묵혀둔 이야기를 굳이 꺼내길래 이제라도 이유를 이야기했고, 왜 그때 이야기하지 않았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나에 대한 맹목적이고 철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저 너무 어렸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2.

<소신을 지키자>


 이벤트성 미니 공연이 시작되기 전, 좌석이 따로 없어 선착순으로 대기해야 하는 공연이었기에 자신의 아이들을 좋은 자리에 앉히기 위한 어른들의 줄 서기가 시작되었고 작은 무대 앞에 불쑥불쑥 솟아있는 어른들의 모습이 어쩐지 불편했지만 내 아이 또한 앞자리에서 보고 싶어 하는 통에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공연 시작이 가까워지자 뒤늦게 아이와 함께 온 한 사람이 내 등을 툭툭 치고는 아이가 앞에 앉을 수 있게 좀 비켜달라고 했고, 나는 그 사람에게 아이 자리에 제가 서있는 거라고 말하며 조금 전에 들었던 불편한 말을 그대로 뱉자 그 사람은 어이없어하며 돌아섰는데, 그때부터 마치 내가 개념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찜찜하면서도 무척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워낙 작고 짧은 공연이라 어떤 안내나 규정도 없었고, 나 또한 순간 조금 상황이 불편했지만 모두가 그러고 있었으니 괜히 분위기 망치며 따지지 말자는 생각에 나도 그냥 아이 대신 줄을 섰던 것인데...라고 생각해 봐도 결국은 핑계인 것 같고, 나는 소신대로 내 아이를 앉혀서 기다리게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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