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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Mar 13. 2022

'양성'과 '음성'을 오간날

코로나19 에피소드

코로나 자가진단 키트가 이상합니다.

세 번 밀접 접촉한 학생의

PCR검사 결과 양성   

마스크는 썼지만 걱정됩니다.  


자가키트 들고

잠시 눈 붙인 것이 깨어 보니 자정

'앗! 키트'

손을 씻고 성호도 긋고

한밤 중에 예식을 치룹니다.      


할 때마다 밀려드는 불안감   

빨간 줄 하나에 씻겨나고

편히 잠들었습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아침에 보니 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분명히 한 줄이었는데..

연하지만 보고 또 보아도 두 줄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운동도 모임도 자제는 했지만

접촉한 동료와 아이들이 스쳐갑니다.

뻔히 아는 길인데

병원 가는 길도 돌아가고 있습니다.   

    

검사 결과가 제일 빠르다는 H병원

이른 시간인데도 긴 행렬이

건물을 한 바퀴 꺾어돕니다.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혼자 또는 삼삼오오 기다리는 사람들  

인류가 ‘호모마스쿠스’ 되겠다는

어느 아나운서 얘기가 실감 납니다.     


3대가 나들이 온 것 같은 가족들

서로서로 챙기니 기다림도 정겹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

엄마 아빠 품에서 소리쳐 울고

고사리 손잡고 훌쩍입니다.  

저 기억이 트라우마 되지 않기를...   

        

방호복 입은 사람들

안내자, 간호사, 병원 관계자들

한 말 또 하고 또 하여 상기된 얼굴

온몸으로 친절합니다.         

   

서로 챙기는 가족들 친구들

힘껏 일하는 사람들

위로하고 안부를 묻는 이웃들

팬데믹 속 사람 향기 더욱 짙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유경험 친구에게 자문을 얻어

약 사고 장 보며 오가는 길

일주일간 걷지 못할 거리 구나   

코끝에 와 닿는 공기가 새삼 달큼합니다.

     

두 줄 소식 들은 동료들

이것저것 부탁하고 고민하니   

학교는 어쨌든 돌아가니 샘 몸조심만 잘하고 오셔요~

쉬어가는 타이밍 하세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백신입니다.      


남편에게도 검사하고 오지 말라고 하니

자신은 이상 없다며

소독약 준비하고 장을 봐서 온다니

늘 남의 편 같은 남편이 이번엔 제 편을 듭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자

강력한 면역력을 선물 받을 것이다.

이럴 땐 정리가 최고다

마음을 다지고 어지러운 서랍장을 엎었습니다.    


작은 서랍 두개에 10리터 쓰레기 한 봉지

아... 이 많은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가?

내 집은 청결해지는데 자연은 오염되는 상황

나는 좋은데 지구는 아픕니다.

     




앗! 병원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김미경님 H병원입니다.  

코로나19 PCR 결과는 음성이며 정상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감격의 순간입니다.      


양성과 음성을 오간 하루

반전을 거듭한 오늘

저의 정신을 깨워주려고  

지구 전령이 다녀갔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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