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경 Jun 26. 2022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나'

나의 장례식을 생각하자.

지인이 연극 포스터를 부탁한다.

작품은 황석영 소설 ‘산국’을 원작으로

일제 강점기 민초들의 삶을 담은 희곡이다.    

   

하룻밤 사이 등장인물이 모두 죽는  

아픈 시대 슬픈 이야기지만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가 담겼다.      


며칠간 구상하다가

그들이 꽃으로 승화되길 바라며

스케치 없이 손가는 대로 그렸다.

몰입이 잘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구상해 본 것을 보내니

연출가님 반응이 기대 이상이다.

극찬하며 그대로 해도 되겠다고 한다.   

     

'인물 데생이 틀렸는데?'

이대로는 욕먹겠다는 생각에

더 큰 종이에 새 물감 새 붓으로

같은 그림을 두 장 더 그렸다.


인물 형태 정확히 잘 그렸으나  

너무 신경 쓴 탓에  

평민이 마님이 되고 공주가 되어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결국 연출가와 지인도

첫 번째 그린 그림을 선택했다.      


밤새 애쓴 몸은 등줄기가 뻐근하고

마음은 허탈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언제나 ‘나’이다.      




주말 표현예술 워크숍에서   

장례 연설문을 썼다.


가족들이 모여 있는 상상 상황

곧 이별이라니 목이 맨다.  

포옹하며 속삭인다.     


“미안하고 고마웠고 사랑해~

사랑하는 것 말고 중요한 것 하나 없구나

서로 사랑하며 기쁘게 살아~  

잘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고~



살다보면

욕심이 열정의 가면을 쓰고  

집착이 착함의 가면을 쓰고

습관처럼 올라올 것이다.


그럴 때는 언제나

 나의 장례식을 생각하자.




작가의 이전글 접시꽃이 피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