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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경 Aug 02. 2022

오빠와 다시 놀기

가끔은 원가족 끼리만 만나 놀아 보세요

원가족이 함께 모였습니다.

결혼 후 삼남매만 모인 적은 잘 없습니다.

엄마 모시고 나들이 가려다 비가 와

엄마가 운영하시는 원룸으로 향했습니다.

  

에어컨, 환풍기 찌든 때 벗겨냅니다.       

엄마 얼굴 맑아지고

자식들 뿌듯합니다.


근처 새로 생긴 고기집

비오는 날 함께 땀 흘리고 먹는  

삼겹살 구이 꿀맛입니다.     




부른 배 안고 향한 '남강'

어릴적 우리들의 놀이터    

잘 조성된 산책길 따라  

오빠들도 나처럼 맨발로 걷습니다.       


빗줄기 하늘에 가득하고

그 하늘 산으로 내려앉고   

산은 또 강으로 내려와

모두 하나 되었습니다.   


큰오빠가 새로 배운 가곡

‘꿈을 꾼 후에’를 부릅니다.   

프랑스 작곡가 포레가

사랑한 여인 꿈을 꾸고 지은 곡이라고 합니다.      


감미로운 불어 애잔한 선율

강물 위를 나르는 흰 물새 몸짓  

흔들리는 풀잎, 개망초, 버드나무  

세상이 모두 리듬을 탑니다.


오빠 노래 담으려 녹음 버튼 누르니     

빗줄기는 우산 두드리며 코러스 넣고

장난기 많은 작은 오빠

잡음 추임새 넣어 중창이 됩니다.    




오빠들과 찍은 사진 가족방에 올리니  

순간 엄마, 아내 되고    

오빠들과 낄낄대니 다시 막내 동생됩니다.

50년 세월이 고무줄 놀이 같습니다.  

     

엄마께 사진 보여드리고

녹음 소리 들려드리니

80대 엄마도

50년을 훌쩍 넘어

대문에 기대어 삼남매 바라보던

흑백 사진 속 30대 엄마가 됩니다.




삶이 빗속을 걷는 일이라도

우리에겐 우산이 있고

함께 신발 벗는 삼남매 있습니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도

하얗게 웃는 개망초도

여유있게 비상하는 물새도

이 비가 하늘의 선물임을 압니다.      


다르고도 같은 나의 두 오빠

엄마의 자랑인 큰오빠

엄마의 고민인 작은오빠


내게 도움을 주는 큰오빠

내가 도와야 하는 작은오빠      


오늘 이 순간

오빠도 나도

있는 그대로 기쁨입니다.  


더 자주 만나기로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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