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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치마 장착한 아들

아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by 김미경

심한 두통과 불면

쉬자는 몸 외면하고

속상한데 괜찮다고 하고

마음과 몸이 분리된 결과입니다.


지난겨울

취준생 아들의 단호한 말

“반대하셔도 저는 이 길로 가렵니다”

아르바이트하던 식당일

업으로 하겠다고 통보합니다.


방학 되면 집 와서

요리를 즐기던 아들

진로를 잘못 택했나

우려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이제라도 찾게 되어 다행이야”

응원했지만


매진하던 책 내려놓고

앞치마 두른 아들이 안타까운 건지

투자한 시간과 돈 허무해 속상한 건지

무조건 믿어줘야지 하면서도

엄마 몸은 힘들다고 말합니다.


한바탕 몸살 앓고

불면의 밤 지내고 나니

내 마음, 아들 마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집니다.




“아들 요즘 어때?”

“역시 전 몸 쓰는 일이 맞아요~”
씩씩한 목소리 감사합니다.


지난 사진첩 뒤적이다

눈에 들어오는 사진

꼬마가 바닥에 앉아 오이를 씁니다.

얼굴 가득 핀 함박꽃

앞치마 두른 아들입니다.


적성 몰라봐서 미안합니다.

이제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들 신경 끊고

엄마 좋아하는 일 하며

행복하면 됩니다.




닭띠 아들 몸에

모란꽃 몽글몽글 피어나고

나비 나풀나풀 자유롭습니다.

두 발 굳건히 서서

당당히 걸어갑니다.


좋아하는 일 하며

살아가면 그뿐입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에

주인되어 살 것입니다.


바라보는

엄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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