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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자연 Jha Eon Haa Apr 02. 2024

바위 같은 마음 혹은 엘라스틱 하트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가 플레이리스트에서 Sia 노래가 나왔다.

다른 음악들은 바쁜 아침의 배경이 되어주는데, Sia의 곡은 어느새 가사가 마음에 닿는다.

이처럼 Sia의 목소리는 무심결에 둔 마음도 건드린다.



어쿠스틱 버전 elastic heart를 들으며, 그녀는 산산조각 나고 뻔뻔하지 못한 마음으로 가사를 썼다고 생각했다.

'난 철면피이고, 탄력 있는 심장을 갖고 있다'며 노래하지만, 사실 그렇지 못하다.

예술은 때때로 결핍을 노래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LqD1tLekh_U


I've got thick skin and an elastic heart
But your blade it might be too sharp
I'm like a rubber band until you pull too hard
I may snap and I move fast
But you won't see me fall apart
Cause I've got an elastic heart

나는 두꺼운 피부와 탄력 있는 심장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네 칼날은 너무 날카로울 수도 있어
나는 고무줄과 같아
네가 세게 당기면 툭 끊어지고 튕겨나갈 수 있지만
하지만 넌 내가 무너지는 걸 볼 수 없을 거야
왜냐면 난 탄력 있는 심장을 갖고 있으니까


Sia는 상처받고 뻔뻔하지도 못한 마음이 힘들어, 고무 같은 마음의 노래를 부른다.

그녀는 마음을 흔드는 상황 속에서 휘둘리더라도, 스스로 다치지는 않겠다 다짐한다.

elastic heart를 노래하는 마음은 유리나 도자기를 닮은 마음이다.


마음의 성상에 대한 노랫말을 생각하다 유치환의 시 바위가 떠올랐다.

유치환은 상황에 흔들리는 마음이 싫어, 죽어서는 바위가 되겠다고 말한다.


바위

유 치 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바위의 화자는 살아서 희로애락에 물들고, 꿈꾸면 노래하고, 슬프면 소리치는 것이 자신의 한계라고 느꼈다.

시인은 감수성이 풍부하니까 그만큼 생의 사건들이 그대로 마음에 전달된 것일까?

그래서 종종 버거웠고, 버거워하는 자신이 싫었을까?


한편 시인은 살면서 희로애락에 물들지 않을 수 없고, 바위 같은 마음은 죽어서나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죽어서는 깨뜨려지더라도 신음소리 한번 내지 않겠다 한다.

유치환은 삶의 한계를 넘어, 고고한 바위 같은 마음을 노래한다.


나는 어떤 재료로 마음을 지어 살아야 할까?


고무 같은 마음은 회복이 빠르고 소란스럽지 않다. 부드럽게 주변사람들을 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리저리 휘는 마음은 어떨 땐 아름답지 못하다. 탄력성이 있지만 가변적이다.


반면 바위 같은 마음은 한결같다. 희로애락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그것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부서지면 회복이 힘들다. 또 어딘가에 부딪히면 소란스럽다.


결국 마음이 바위만 같아도, 고무만 같아도 힘들 것이다.

마음의 소중한 부분을 단단히 바위처럼 지키고, 그 바위를 고무로 감싸면 어떨까? 어쩌면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더 빠를까?

한편 소중한 마음을 찾는 것은 쉽지 않고, 그걸 바위처럼 굳히는 것도 어렵다. 두 가지는 다른 과제이다.


그럼 현재 내 마음은 어떤 모양일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휘기보다는 견디다가 부서지는 쪽인 것 같다. 도자기나 유리는 아니고(그만큼 곱고 투명하면 좋을텐데), 만약 광물이라면 모스굳기계 3 혹은 4 정도 될 듯 하다. 송무변호사로 일한 지 1년이 지났으니 마음이 석고보다는 단단하겠지(?). 그리고 바위처럼 지켜야 하는 소중한 무언가를 아직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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