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고민 '지각 수험생 수송 공정하고 정의로운가?'

by 연산동 이자까야

오늘은 질문을 먼저 하겠습니다. 보통 '수능'이라고 부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생각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까?


아마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를 겁니다. 수능을 친지 몇 년 되지 않은 대학생이라면 고사장 입구에서 느낀 살 떨리는 긴장감이 생생하게 기억날 겁니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라면 자식을 경쟁의 '끝판왕'에 혼자 보내는 안쓰러움 같은 것이 떠오를 겁니다.
일반적으로 수능이라고 하면 선배들을 격하게 응원하는 후배들이나 절 또는 교회, 성당에서 열심히 기도하는 부모님의 모습이 상징처럼 여겨집니다.


거기에 하나 더. 수능의 숨은 미담 주인공인 경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사장을 잘 못 찾거나, 차량 정체로 고사장 입실 시간이 간당간당한 수험생들을 극적으로 실어 나른 이야기들이 수능 후일담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 자기 일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수능이 주는 무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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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담의 주인공인 경찰도 나름 고충이 적지 않습니다. 경찰 내부에선 수험생을 위한 편의 제공과 관련해 '경찰 만능주의'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과 '경찰 본연의 임무를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반대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지난 11일 경찰 내부망에 '지각 수험생의 경찰차 탑승 요청을 단호히 거부하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12일 오후 1시 기준 조회 수가 1만4500여 회에 달하고 64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뜨겁습니다.


작성자는 "이번 수능일부터 우리 경찰은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일생일대의 첫 관문인 수능 시험일 아침에 지각한 만 19세의 성인 수험생을 경찰차에 태워 시험장까지 모셔다드리는 편의 제공 행위가 과연 전 국민에게 칭찬받을 만큼 공정하고 정의로운 일인가?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적었습니다.


게시글을 본 경찰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일부는 "술 먹고 진상부리는 사람들을 밤새 찾아 집까지 데려다주는데, 뭘 그리 야박하게 구느냐." "우리나라에서 수능일은 중요한 날이다.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도 못 지나가고 주변 공사도 멈출 정도다. 이런 분위기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경찰이 거부할 수 없다." 등의 글을 올렸습니다.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경찰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제시간에 입실하는 것도 시험의 일부다. 미리 시험장에 도착한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히 하자." 등의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 당일 부산에서 경찰차를 통한 수험생 수송 건수는 모두 21건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습니다.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경찰 나름의 고충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11월 13일 오늘은 수능일입니다. 수험생 여러분, 힘내세요.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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