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네모난 블록 같은 아파트 안은 수십 개 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앞과 뒤, 위와 아래, 양옆으로 각각의 집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죠. 벽과 바닥, 천장을 공유하고 함께 살아갑니다. 이 때문에 소음으로 인한 문제가 끊이지 않습니다. 한국은 전체 주택의 약 80%가 공동주택으로 분류되는데요. 이는 10명 중 8명이 이웃과 함께 살아가며, 소음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부산에서도 층간소음 탓에 갈등이 계속됩니다. 지난 11일 부산 한 아파트에서 흉기를 들고 윗집을 찾아간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윗집 주민이 자신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해 범행을 계획했다네요. 윗집 주민은 아랫집에서 '쿵쿵'하는 소음과 진동이 발생하자 불안한 마음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예전부터 층간소음 피해를 주장하며 윗집 주민의 개인정보와 욕설이 담긴 쪽지를 우편함과 공용 계단 등에 뿌려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비슷한 사건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지난 8월 부산에서 윗집에 새로 이사 온 이웃이 층간소음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계속 찾아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등 행패를 부린 7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죠.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자료를 보면 전국의 층간소음 상담 전화 신청은 ▷2019년 1만6647건 ▷2020년 2만8132건 ▷2021년 3만6109건 ▷2022년 3만2461건 ▷2023년 2만9487건이 접수됐습니다. 부산만 따로 떼서 계산하면 ▷2019년 594건 ▷2020년 1398건 ▷2021년 1628건 ▷2022년 1482건 ▷2023년 1601건으로 5년 만에 약 2.7배 증가했죠.
층간소음 분쟁이 단순히 이웃 간 갈등 정도로만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당사자가 공격당해 목숨을 잃는 등 그 양상이 점점 강력범죄로 번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관련 논문(층간소음 살인범죄의 특성과 유형 탐색 연구)에서도 강력범죄에 관한 언급이 확인됩니다. 2013~2023년 층간소음 갈등에서 비롯된 강력범죄 건수는 69건으로, 연평균 약 7건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층간소음 갈등을 중재할 제도의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지만 2014~2024년 층간소음 관련 신청이 22건에 불과했습니다. 같은 기간 부산은 고작 9건이 접수돼 8건이 조정됐죠.
경찰 관계자는 분쟁 갈등이 있을 때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합니다. "갈등이 점점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분노형 범죄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갈등이 생길 때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12 신고 기록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그 기록이 누적되면 스토킹처벌법 등을 적용해 접근을 차단할 수 있어요. 그러면 인명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