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늙는다. 어쩔 수 없이 병든다. 많은 경우, 홀로 남는다. 당신은 그때 꺼내 들 대안이 있는가.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벌써 7년이 지났네요. 16회에 걸친 국제신문 기획 시리즈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를 마무리하며 기사 맨 끝에 썼던 문장입니다. 그 사이 우리 사회는 고령화 시대 어르신 일자리와 복지, 빈곤과 외로움에 대해 건강한 대안을 만들어냈을까요.
많이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용률은 전 세계에서 매우 높은 편입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평균 고용률은 3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단연 1위입니다. OECD 회원국 평균(15.0%)의 배가 넘습니다.
그동안 정부, 지자체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시니어 일자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때마다 단체장 치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일자리가 풍족한 나라에서 어르신은 행복할까요. 어르신의 경제활동이 원활하고, 복지가 보장될까요.
OECD 보고서를 들여다보시죠. 2020년 기준 한국 만 65세 이상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역시 1위입니다. 회원국 평균은 14.2%에 그칩니다. 일하는 어르신 비율이 제일 높지만, 가난의 정도 또한 가장 심합니다.
'왜 일하느냐'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65세 이상 1만 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 조사에서 77.9%가 '생계비 마련' 때문에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건강 유지(6.2%)나 친교·사교(2.0%) 등은 소수 의견입니다. 생계가 목적인데 고소득 일자리는 부족하니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젊은 시절 닦아온 전문성을 발휘할 일자리도 거의 없습니다. 당장 먹고살기가 급한데 건강 유지나 친교·사교는 '배부른 얘기'일 뿐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 2분기 월평균 394만 명으로 청년(15~29세) 380만7000명을 넘어섰습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89년 이후 처음입니다. 첫 통계 작성 시점인 1989년 1분기에는 청년 취업자(487만4000명)가 65세 이상(38만2000명)의 13배에 달했습니다. 1989년과 2024년, 어떤 통계가 정상적이라고 보시나요. 저출생·고령화의 장기화, 갈수록 급증하는 어르신 빈곤층. 이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런 와중에 부산연구원이 25일 'BDI 정책 포커스'에서 60대 맞춤형 일자리 창출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끕니다. 이른바 '부산 영 식스티(Young Sixty) 일자리 복지 실현 방안'이라고 하네요. 영 식스티는 60대를 뜻하는 신조어로, 사회 참여와 경제활동 건강관리 여가생활 등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젊은 감각과 활력이 넘치는 삶을 살아가는 60대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부산연구원은 지역 사업체와 60대 구직자 200명을 설문 조사해 이번 방안을 내놨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퇴직자 재고용 및 상용직 시간 선택제 일자리 확대 ▷영 식스티 교육 및 직업훈련을 통한 직종 전환 시스템 구축 ▷영 식스티-기업 일자리 연계 플랫폼 기능 강화 ▷생애 취업 설계 및 재취업 지원 서비스 확대 등입니다.
앞서 확인했듯 고령사회에서 일자리가 반드시 복지와 행복을 선물하지는 않습니다. 활기찬 영 식스티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 계발에 나서는 것과 이젠 건강을 챙기며 여가를 즐겨야 할 어르신이 생계를 유지하려 고용시장에 또다시 몸을 던지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부산연구원이 고심 끝에 제안한 방안이 어르신의 전문성을 우리 사회 자산으로 활용하고, 시니어 일자리를 진정한 복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