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 1970년대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 1980년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순서가 정확한지 잘 모르겠네요. 정말 저랬을까 싶은 섬뜩한 문구도 있습니다.
그 시절 우리 정부는 그러지 않아도 좁은 땅에 사람만 넘칠 것을 걱정했습니다. 사용할 자원과 배를 채울 곡식은 턱없이 부족한데 말이죠. 그래서 이처럼 엽기적인 산아 제한 표어를 내놨습니다. 1974년은 아예 '임신 안 하는 해'로 정해 홍보하기도 했네요.
'인구절벽'에 나라가 소멸할 것 같은 위기감까지 감도는 요즘, 이 표어를 보고 있자니 참말로 격세지감입니다. 인구 감소 속도가 매우 빠른 부산에서는 더욱 그렇죠.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네요. 지난 9월 부산 출생아 수가 9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답니다. 1197명의 아기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8명(15.2%) 늘었네요. 이 증가 폭은 2015년 3월 231명 이후 가장 큽니다.
올해 3분기인 지난 7~9월 부산 출생아 수도 3392명. 지난해 3분기보다 230명(7.3%) 많습니다. 2022년 1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에 증가세입니다.
0.6명대까지 땅을 뚫을 듯 추락하던 부산 합계출산율도 0.7명대로 반등했네요. 부산지역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0.7명의 아이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아기 울음이 커진 배경은 코로나19 완화·종식으로 혼인 건수가 늘어난 데서 찾을 수 있다네요. 어쨌든 1명의 아기가 정말 귀한 시대입니다. 3분기 부산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세상을 마주한 3392명의 아기가 건강하게 쑥쑥 잘 자라기를 기도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부족 국가일까요. 국토 면적에 견줘 따져보면 이렇습니다. ㎢당 인구수를 가리키는 인구밀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도시국가나 속령을 제외한 1000만 명 이상 국가 중 4위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는 1위라고 하네요. 말 그대로 '단순 계산'만 하면 적은 인구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인구 감소 속도, 저출생·고령화의 정도 등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요.
우리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인구 자체의 부족이 아니라 지역별 '불균형'입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은 수도권에 빽빽하게 모여 삽니다. 전 세계에서 이례적 수준의 집중도입니다. 특히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몰린 청년은 살벌한 경쟁을 벌여야 해 결혼과 출산이 어려워집니다. 나라 전체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도권 외 지역은 교육·복지·의료·문화·산업 등 거의 모든 인프라에서 심각한 불균형에 시달립니다. 차별을 겪습니다. 균형 발전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부산에서 오랜만에 늘어난 아기 울음. 이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져서 균형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