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최근 라노는 극장에서 4편의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 '비긴어게인'(2014) '캐롤'(2016) '베놈3'(2024) 등을 한 달 사이 부지런히 보러 다녔죠. '베놈3'를 제외하고 모두 짧게는 8년, 길게는 41년 전 개봉한 영화인데요. 개봉 때 보지 못한 작품을 극장에서 볼 기회가 생겨서 기쁜 와중에 갑자기 재개봉작이 극장가를 휩쓴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11월 한 달 동안 '복수는 나의 것'(1979) '전장의 크리스마스' '해바라기'(2006) '캐롤' '톰보이'(2020) '괴물'(2023) 등 과거 흥행했던 영화 약 8편이 재개봉했습니다. 12월에도 '포레스트 검프'(1994) '매트릭스'(1999) '공각기동대'(2002) '색, 계'(2007) '나우 이즈 굿'(2012) 등 유명한 명작들이 재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입증하듯 작품성이 증명된 고전 영화는 조용한 흥행을 이어갑니다.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의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전장의 크리스마스' '캐롤' '괴물'이 이름을 올리며 구작 영화의 인기를 실감하게 하는데요. 신작 영화의 힘이 하반기에 크게 떨어지며 구작이 더 주목받습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유례없는 침체기를 겪은 당시에도 있었습니다. 라노는 2020~2021년 '인셉션'(2010) '로건'(2017) '위대한 쇼맨'(2017) 등 재개봉 영화를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즉, 극장가가 침체기를 겪는 상황에서 관객을 끌어모을 최선의 방법이 바로 '안전하고, 재밌고, 작품성이 입증된 구작 영화 재개봉'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작품이라면 티켓값을 내고서라도 큰 스크린으로 '영화적 경험'을 느끼고 싶어 하는 수요층을 저격한 것입니다.
현재의 재개봉 열풍은 코로나19가 극장가를 뒤흔든 영향이 큽니다. 신규 플랫폼에 불과했던 OTT는 코로나19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외출이 어려워지고, 저마다 다중이용시설을 꺼리는 분위기에서 극장의 대체재 역할을 해낸 것인데요. 그 결과 OTT는 날이 갈수록 급부상하며 자체 콘텐츠를 생산할 만큼 능력을 갖췄습니다.
이와 반대로 극장은 개관 이래 최악의 경영난을 겪게 됐죠. OTT를 중심으로 콘텐츠 제작·소비 트렌드가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 당시 영화 제작 수요 자체도 줄어들면서 엔데믹 이후에 새롭게 개봉할 극장 영화가 부족한 상황에 직면합니다. OTT에 위협받고 있지만, 극장가를 되살릴 흥행이 확실한 신작 영화가 부족해 위기에 봉착한 극장은 작품성이 입증된 구작을 잇따라 재개봉하죠.
강내영 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는 재개봉 영화 열풍을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타격을 입은 영화 산업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생긴 현상으로 해석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서는 코로나19로 침체했던 영화 산업이 현재까지 68% 정도 회복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아직 코로나 이전의 활기를 되찾지 못했다는 뜻이죠. 그리고 영화 산업이 OTT 쪽으로 팽창하면서 많은 영화인과 감독이 OTT로 이동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 제작 수요 자체가 줄었죠. 극장은 개봉할 영화가 부족한데도 어쨌든 영화 상영은 계속해야 하고, 그렇다고 아무 영화나 틀 수 없으니 대중에게 각인된 작품이나 재개봉 의미가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