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하면 떠오르는 게 한둘이 아니지만 역시 붕어빵을 빼놓을 순 없죠. 추우면 추울수록 더 맛나는 건 그저 기분 때문일까요. 밀가루 반죽 속 가득 채워진 팥이 '따뜻한 성질'을 가져서일까요. 손에서 손으로 건네지는 온기가 코끝을 에는 겨울바람 따위 거뜬히 이겨내서 그럴까요.
겨울 대표 간식으로 붕어빵 말고 군고구마도 있죠. 우열을 가리는 건 쉽지 않습니다. 좀 과장해서 아이에게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를 묻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겠네요. 하지만 둘 사이를 가르는 미묘한 차이는 있죠.
붕어빵은 편의성에서 군고구마를 앞섭니다. 껍질을 벗기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야 할 불편함이 없습니다. '호호~' 불어가며 한입 또 한입 베어 물다 보면 어느새 손에서 사라지고 없죠. 손에 끈적끈적한 흔적이 남을 일도 없습니다. 그래서 간편하게 즐기기엔 군고구마보다 붕어빵이 나은 것 같네요. 몸통의 촉촉함과 꼬리의 바삭함이 일품이죠.
특히 붕어빵은 겨울철 우리를 포근하게 품어주는 아날로그 감성을 지녔습니다. 위치가 고정된 가게가 없고, 노점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붕어빵을 먹고 싶은데 노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 또는 퇴근길 붕어빵 노점이 보이면 우리는 친구 동료 연인 가족을 생각합니다. 걸음의 속도를 줄이며 '살까, 말까' 망설입니다. 노점을 지나치고도 자꾸 뒤를 돌아보며 같은 고민을 되풀이합니다. 그러고는 많은 경우 종이봉투에 든 붕어빵 몇 개가 식지 않게 외투 속에 품고 다시 길을 갑니다.
노점 상인 손에서 손님 손으로 건네진 붕어빵이 외투 밖으로 나오면 다시 친구 동료 연인 가족 손으로 넘겨집니다. 추운 겨울, 그렇게 붕어빵은 손에서 손으로 옮겨 가며 온기를 전합니다.
이처럼 붕어빵엔 아날로그 감성만 묻어 있는 건 아닙니다. 월급 빼고 죄다 오르는 시대이다 보니, 어느 순간 붕어빵이 물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됐습니다. 불과 몇 년 전 1000원에 5개 정도 살 수 있었는데요. 곧 1000원에 3개가 되고, 또 2개가 되더니 이젠 2000원에 3개를 주는 노점이 많아졌습니다. '붕어빵 너마저…오르기만 하는 물가'. 이런 기사 제목을 한 번씩 보셨을 겁니다.
원재룟값이 급등하는데 붕어빵이라고 무슨 힘으로 버티겠습니까만, 가격 급등에는 아날로그 감성에 반하는 시장 논리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붕어빵 인기에 노점에도 체인이 등장하고, 고급 카페들도 저마다 하나에 몇천 원씩 하는 '프리미엄 붕어빵'을 내놓으면서 가격이 들썩인 영향이 있는 듯합니다. 뭐, 확실한 팩트는 아닙니다.
아무튼, 그래도 붕어빵은 여전히 겨울 서민 먹거리로 통합니다. 한 지역생활 플랫폼이 선보인 '붕어빵 지도'도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끈다네요. 2일 기준, 지도 공개 이후 '붕어빵' 검색량이 이전(지난달 2주 차)보다 135배나 급증했답니다. 검색 이용자 역시 124배 늘었다네요. 고물가에 '귀한 몸'이 된 붕어빵을 찾기 위해 이용자가 대거 몰렸다는 설명입니다. 이날까지 등록된 가게는 전국에서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가장 많군요. 눈길을 잡는 통계입니다.
장사가 잘돼 상인이 즐겁고 손님이 편하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붕어빵 지도에는 지역 주민이 직접 노점 위치뿐만 아니라 가격대와 후기 등도 올릴 수 있다네요. 이러다 시간이 또 얼마 지나면 붕어빵 노점도 배달 플랫폼에 등록되고, 그러잖아도 남는 게 별로 없는 상인이 수수료를 떼이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지레 염려됩니다. 혹시라도 소득세법·도로교통법 위반 '표적'이 되지는 않을까요. 영세 노점이 '별점 테러' 희생양이 되고, 붕어빵 가격은 더 오를 수도 있겠네요. 붕어빵만은 아날로그 감성 그대로 남겨뒀으면 좋겠다 싶은데 말이죠. 쓸데없는 걱정, 무식한 소리이기를 바랍니다.
2일 기획재정부가 '2025년 탄력관세 운용 계획'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서민경제 부담 완화와 물가 안정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커피 옥수수 설탕 등에 대한 할당관세(일정 물량의 수입 물품에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제도) 지원을 연장·유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입니다. '가난 구제'만큼이나 물가 잡기도 쉽지 않습니다.
바람이 점점 차가워집니다. 붕어빵의 아날로그 감성이 잠시나마 독자 여러분의 손을 따뜻하게 했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