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는 이번 주 '이거 아나'에서 소개할 시사상식 용어를 '비상계엄'으로 정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3일 밤 10시30분께부터 4일 새벽 4시30분께까지 어느 때보다 긴 6시간을 보냈습니다. 근현대사를 공부할 때나 종종 보던 계엄령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습니다.
계엄(비상계엄·경비계엄)이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국민의 기본권 일부를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가운데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 때 적과 교전 중이거나, 사회 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에서 선포합니다.
이번 비상계엄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후 17번째 계엄령으로 기록됐습니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10·26사건 직후 선포된 계엄 이후 45년 만입니다. 6시간 만에 종료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갑자기 시작됐고, 급박하게 돌아갔으며, 흐지부지 끝나버렸습니다. 지금부터 국민에게 극도의 충격을 안겨준 윤 대통령 비상계엄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생했는지 타임라인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2월 3일>
▷21:30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관한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말이 돌기 시작합니다. 퇴근했던 대통령실 수석비서관실 참모들이 복귀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참모들에게 전화를 돌리지만 받지 않거나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옵니다.
▷21:50 각 방송사에 '긴급 정부 발표가 있으니 중계 연결을 바란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공유됩니다. 동시에 대통령실 브리핑룸 앞에 기자들이 모였지만 문이 잠겨 입장이 불가해졌습니다.
▷22:23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 생중계가 시작됩니다. 미리 준비한 담화문을 약 6분간 낭독하죠.
▷22:28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고 말문을 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이유에 대해 말합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를 발의해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정부 예산안을 대폭 삭감해 국가 본질의 기능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이것을 계엄 선포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22:42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로 의원들을 긴급 소집하고, 국방부는 비상경계 및 대비 태세 강화를 지시합니다.
▷22:50 국회 모든 출입구가 폐쇄되고 국회의원의 출입이 제한됐습니다. 이후 일부 의원과 보좌진에게만 제한적으로 출입이 허가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경찰이 일부 의원의 진입을 저지하다 충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힙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불법적이고 위헌적인 반국민적 계엄 선포"라며 강하게 반발했죠.
▷23:00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담화문 전문 및 전속기사 촬영 사진을 언론에 배포합니다.
▷23:25 계엄사령관에 4성 장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됩니다. 계엄사령부는 즉각 '영장 없는 체포' 가능성을 알리며 강경 대응 의지를 드러냈죠. 박 총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합니다. 같은 시각 우원식 국회의장은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 달라"고 공지했습니다. 우 의장도 국회로 이동해 곧바로 계엄 해제 요구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12월 4일>
▷00:07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진입합니다. 곧바로 계엄군이 국회 본청에 들어갔는데요. 하지만 이미 본청에는 국회의원과 보좌진으로 꽉 차 있었습니다. 이들은 계엄군이 들어오지 못하게 책상과 의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합니다. 이에 계엄군이 쉽사리 들어가지 못했죠.
▷00:49 국회 본회의가 개최됩니다. 우 의장이 “헌법 절차를 따르겠다”며 의원 전원에게 본회의장으로 모여 달라고 말합니다.
▷01:01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곧바로 진행한 표결 결과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야당 의원 172명, 국민의힘 친한동훈계 18명)으로 가결되죠. 우 의장은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라며 국회에 진입한 군과 경찰은 모두 나가 달라고 요청합니다. 긴장된 공기가 순식간에 풀어졌는데요. 헌법 제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리고 계엄법 11조에는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에 따라 지체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하도록 한다'고 돼 있죠.
▷02:01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결의함에 따라 우 의장은 윤 대통령과 국방부에 계엄 해제 요구서를 공식 송부합니다.
▷04:27 윤 대통령이 생중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군 설치 계엄사령부를 해체합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며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죠.
▷04:30 정부가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계엄 상황을 종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