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지난 3일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화요일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라노는 회사 당직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데스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지금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했다고 하니까 빨리 속보 좀 써주세요." 다급한 목소리에 일단 급하게 속보를 올리긴 했는데요. 그때까지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아는 그 계엄이 맞나'라는 생각만 계속했죠. 하나둘씩 추가로 나오는 속보를 보면서 점점 장난이 아니라 현실인 것을 자각했습니다. 라노는 이 긴급한 소식을 주변 지인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소식을 접한 순간은 모두 달랐는데요. A(40대) 씨는 "자려고 누웠는데 카톡방이 난리가 났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서 봤더니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는 소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B(30대) 씨는 "평소와 같이 네이버의 언론사 주요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가짜뉴스인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모든 언론사에서 속보를 띄우는 걸 보고 '아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C(20대) 씨는 "아침에 출근할 때까지 정말 몰랐다. 출근길에 휴대전화를 봤는데 세상이 발칵 뒤집혀 있더라. 아직 꿈속인 줄 알았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1979년 10·26사태 이후 45년 만에 계엄령이 선포됐지만 이와 관련한 구체적 상황이 시민에게 제대로 전파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10시30분께부터 해제된 새벽 4시30분께까지 발송된 비상계엄 관련 긴급재난안전문자는 단 한 건도 없었는데요. 국회에 총을 든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해 충돌이 빚어지고, 각 지자체 청사가 폐쇄되고, 헬기가 국회 상공을 배회해도 휴대전화는 잠잠했습니다.
비상계엄 소식은 생중계 방송을 통해서만 전파돼 뉴스를 보지 않던 시민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황이 모두 종료된 4일 오전에서야 재난문자가 발송됐는데요. 모두 비상계엄과는 관련 없는 내용이었죠. 충청남도교육청이 보낸 '모든 학사일정을 정상 운영한다'는 문자가 1건, 일부 지자체와 행정안전부가 발송한 '영하의 추운 날씨로 도로 결빙이 우려되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문자가 4건이었습니다.
행안부 예규인 '재난문자 발송 기준 및 운영 규정'을 보면 ▷기상특보 관련 자연재난 상황 정보 ▷대규모 사회재난 상황 정보 ▷국가비상사태 관련 상황 정보 ▷훈련을 포함한 민방공 경보 등의 상황에서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에게 재난문자방송의 송출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행안부는 도로 결빙, 철도노조 파업, 민방위 훈련 등은 재난문자 발송 대상이지만 비상계엄은 문자 발송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국회도 이를 문제 삼았습니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은 "재난문자는 국가 비상사태와 관련한 상황을 알리게 돼 있는데 왜 발송되지 않았느냐"고 질타했는데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재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모 의원이 "재난문자 규정상 계엄 선포는 비상사태가 아니냐"고 연이어 질문한 것에 대해서는 "재난안전법상 비상사태란 국민 생명, 인명과 재산 피해가 우려될 때 예방하기 위한 문자"라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교 교수는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재난문자를 발송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비상계엄 자체가 '국가 비상 상황'일 때 선포하는 것이잖아요. 그러면 국가 재난 상황이라는 뜻이니까 당연히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게 맞죠. 비상계엄에 대한 재난문자 발송 기준이 모호하거나 없다면 관련 규정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