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심취해 있는 요즘 글을 읽는 시간이 현격히 줄어들었고, 읽지 않으니 쓸 말도 점점 사라지는 걸 느낀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수익 달성의 목표를 이뤄보겠다고 마음먹은 뒤 하루의 대부분을 노트북과 함께 보낸다. 노트북을 하지 않을 땐 스마트폰을 본다. 완전 디지털 중독자가 된 듯하다. 전에는 그래도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책을 읽었는데, 지금은 한 페이지도 읽지 않는 날도 있다.
목표를 세우기 전과 후 또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동시에 열어놓은 웹페이지 숫자가 꽤 많다는 건데 그중 절반 이상은 AI페이지다. 검색 및 기획 작업, 스크립트 작업, 이미지 작업, 그리고 음악 작업까지. 누가 보면 IT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인 줄 착각할 정도다.
목표를 향해 몰입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몰입하는 중인건지 아니면 이것저것 벌려만 놓아서 너저분해진 건지는 마음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무래도 지금의 난 몰입보단 멀티태스킹 중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화면에 띄워진 여러 개의 창을 보면 프로젝트 단위로 관련된 페이지가 진열되어 있는데 이쪽 작업을 하다 좀 막히거나 지루해지면 저쪽 작업으로 건너가고, 또 저쪽 작업 중에 다시 이쪽으로 건너오길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창을 닫지 못하는 건 다시 그 페이지가 기억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나중을 생각하면 편리하긴 하나 한편으론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일단 그대로 두는 건 정말 쉽게 기억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요즘 들어 다시 하루 루틴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다. 수면 패턴이 흐트러진 후, 계획성 없이 흘러가는 날들이 꽤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단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무계획을 선택했던 날도 있었지만, 지금은 의도한 것이 아니기에 마음이 영 편치 않다.
이럴 때면 머릿속에서는 평소 보다 더 자주 이상적인 하루의 밑그림을 그린다. 대체 무슨 심보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와 마음의 괴리 덕분에 하루가 더 찌뿌둥하다. 지난 4년의 경험으로 확실히 배운 건 머리와 마음의 괴리가 커진다는 것의 의미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 반문해봐야 할 때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전환의 계기가 좀 필요한 상황이다.
하필 계절감도 한몫 더 하는 듯하다. 슬슬 동면을 준비하는 곰처럼 삶의 행동반경이 집을 벗어나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꽤 오래 구독 중이던 스타벅스 버디패스권도 끊었다. 어디 집 근처에 작업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님 공유 오피스라도 이용하면 좀 나으려나 싶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시 지금 내 마음 상태에 집중해 본다.
평온함을 추구하면서 살아온 지 4년. 어느새 삶은 전보다 편안해진건 맞지만 이제는 편안함을 더 추구하는 듯 쏠리고 있음에 슬슬 위기감을 다시 느끼게 된다. 12월 한 달은 긴장감을 끌어올려봐야겠다. 지인 작가님이 추천해 준 모닝 페이지 쓰기와 책상 정리부터 시작해 볼 계획이다. 역시 뭐든 시작은 정리부터해야 제맛이다. 분산된 마음과 공간의 정리를 시작으로 삶을 새해가 오기 전 재정비의 시간이 시급하다는 걸 깨닫는다.
읽지 않으니 시시콜콜한 하루를 기록하는 글을 쓰게 된다. 독자를 생각하면 이게 과연 좋은 글인가 싶다가도 다리를 놓듯 스스로 삶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남기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결론이긴 하지만 이렇듯 오늘도 글을 쓰며 생각을 정돈해 본다. 뭐가 되었든 글로 남기는 삶은 결국 다시 삶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그러니 매일 글을 쓸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