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안내하는 의사'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나에게는 큰 과제가 있다.
진료를 보는 것도 중요하고,
건강에 관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에 앞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다.
바로 사람들의 마음을 깨우는 일이다.
나는 한평생 공부를 하면서 살았다.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최우등 졸업.
음... 그러니까.
그렇게 가기 어렵다는 서울대 의대 친구들 속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얘기다.
(서울대는 의대와 의전이 동일한 교과과정에서 함께 공부한다. 이제는 편입으로 바뀌었지만)
1등을 안해본적이 거의 없던 그런 아이였고,
화학, 생물, 의학을 모두 전공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했으며, 긴 수련 과정을 거쳐 피부과 전문의가 되었다.
이렇게 뼈빠지게 30년 넘는 세월을 살고 나면,
나도 내 인생에 기대하는 바가 생긴다.
내가 그동안 배운 것들이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해줘야 하지 않나. 의사인 나에게는 환자들이 낫는게 가장 대표적인 일일거다.
그런데... 현실은 나의 기대를 산산히 무너뜨렸다.
환자들이 낫질 않았다.
아... 다 떠나, 일단 나부터 낫질 않았다.
때는 바야흐로 레지던트 4년차 말.
전문의 시험 준비로 피부과적 지식이 인생 최대치라 불리는 시절을 살 때였다.
어느 순간부터 매일!! 두드러기가 나는거였다.
목주변에서 시작해서, 아주 심할때는 온몸에 나기도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 뭔가 닿았나?
(r/o contact dermatitis
= 접촉 피부염을 배제해보자!)
아, 향수가 안 맞았나?
(r/o allergic contact dermatitis
= 알러지성 접촉 피부염을 배제해보자!)
이 프로세스들을 열심히 거치는데도...
와... 도저히 두드러기가 나는 이유를 모르겠는거였다.
이럴때... 참 당황스럽다.
내가 대체 누구한테 물어본단 말인가?
교수님들께 물어보면, 내가 환자들에게 하는 동일한 대답을 해주신다.
이유를 뭘 물어. 알면서.
이유 알기 어렵지. 그냥 항히스타민제 먹어.
그때 처음 알았다.
나의 말이 환자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사실 나는 그게 의학적으로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라는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인데도 속 저 깊은 곳에서 반항의 마음이 솟구치는 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히스타민제를 매일 먹기가 진짜 싫었다.
하.... 어떡하지.
어떡하긴. 나는 인생의 문제를 '공부'로 해결하는 특이한 사람이다.
결국 나는 새로운 '공부'의 길로 나도 모르는 새 들어서고 있었다.
저 멀리서 울 엄마의 한숨 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는 것만 같다.
동기였던 친구들은 전문의 따고, 다들 그간 고생한 보람을 느끼는 연봉도 받으며 멋진 원장님으로 취직을 하는데...
나는 정처없는 답 찾기를 시작했으니...
(그 과정을 참아내준 엄마... 감사합니다ㅎㅎ)
일을 주 3일로 시작했다. 나머지 빈 시간에는 실마리를 찾아헤매기 시작했다.
여러 책들을 읽었는데, 키토, 저탄고지를 하시는 분들은 이미 꽤 친숙한 책일수도 있겠다.
'최강의 식단', '비만 코드' '당뇨 코드' 같은 책들을 읽었다.
와...
비만 코드를 읽고 난 충격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다.
어머어머. 당뇨가 나아? 기존의 치료에서 반대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굉장히 큰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하아... 그런데...
실마리를 발견한게 기쁘면서도,
솔직히 믿고 싶지 않기도 했다.
아니 그럼, 내가 그동안 공부한것들은...?
후후. 이쯤에서 내가 '망각'이 또다른 특기임을 먼저 말해두겠다.
본과 다닐때 어떻게 공부했었는지,
인턴은 어떻게 했고, 레지던트는 또 어떻게 했고,
전문의 시험은 또또 어떻게 쳤는지 기억이 났다면,
당연히 그냥 덮어두었을텐데...
망각이 주특기인 나는, 그걸 잊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그래. 그런것 같다.
기존의 의학을 공부한 의사에게 이 내용들은 정말 마치 판도라의 상자 같았다.
나는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남들보다 유난히 더 집요하게 공부하고 또 공부했고,
그래서 이 분야가 '기능의학 (Functional Medicine)'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아주 오랜 기간 발전해온 분야이며,
이미 생각보다 많은 의사선생님들이 이 분야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얼마 전,
기능의학 분야에서 가장 공신력있는 학회인 Institute of Functional Medicine (IFM)의 모든 교과과정을 수료하고 케이스리포트도 제출하고, 빡센 시험까지 거쳐 우리 나라에서는 아마(?!) 두번째로 미국 기능의학 인증을 딴 의사가 되었다.
(아마?! 인 이유는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IFM website를 확인하는 것인데, 여기에 등록을 안한 제야의 고수 선생님이 계시다면...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굉장히 많은 지식을 탑재한 유능한 의사일 것 같지만, 사실 나는 여전히 망망대해를 헤매고 있는 의사에 가깝다.
하지만, 내가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를 켠 이유는 이거였다.
이 드넓은 망망대해를 정말 빡세게 헤엄쳐 왔으니,
이제는 다른 누군가들에게도 실마리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두드러기도 고치고
(음... 원인을 알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내 환자들도 드디어 좀 낫게 해주고.
라이블리 스무디로 많은 사람들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라이블리 프로젝트'라는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분들의 건강도 개선시키고 있으니...
이제는 조금 더 자신있게,
여러분의 마음을 두드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와 함께 판도라의 상자를 열러 가보시렵니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