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 라이블리 Aug 16. 2022

타협을 모르는 사람이 의사가 되면 생기는 일들.

나에게는 비전보드가 있다.


나의 생각은 현실이 된다는 말을 진심으로 신뢰하기 시작했을때,

나는 비전보드를 만들어두었다.



사실 이 비전보드의 적극적 활용법은 '매일 보기'이지만,

눈 앞에 있어도 매일 의식하며 보는 건 참 드물다.



그러던 어느 날.

너무 바쁘게 사느라 난장판이 되어버린 집을 청소하면서 비전보드를 바라보게 되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1,2번에 기록해둔 나의 비전들은 이미 현실이 되어 있었다.






첫번째 비전은 앞선 글에서도 잠시 언급한 적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두번째로,

미국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기능의학학회인 IFM에서 인증하는 IFM Certified Practitioner (미국 기능의학 인증의) 가 되었다.



두번째 비전은 '건강한 삶'에 관한 정말 제대로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사실 오늘이 그 프로그램인 '라이블리 프로젝트 2기'를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스무 분과 함께한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분들이 남겨주신 정말 애정어린 기록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그래도 내가 나와 함께하는 이 분들께는 '건강한 삶에 관한 안내'를 제대로 한게 맞구나.



그렇게 나는 오늘 심지어 시기까지 정확히,

2022년 8월에 '건강한 삶을 안내하는 라이블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었다.







그렇게 최근 몇 달을 미친듯이 나의 일에 매진하면서,

나의 집과 나의 생활은 질서를 잃어가고 있었다.



집이 얼마나 난장판이었는지,

건강에서 '몸으로 들어오는 것', '나가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면서

정작 나의 삶 안으로 들어와야 할 것과 나가야할 것이 구분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연휴를 맞이해 집을 정리했다.



그 속에서 찾은 건 10년 전의 나였다.

2012년, 본과의 시험지옥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나.





이 공책을 쓴지 초반이라 그런지

'월요일이 시작되었어요!' 하는 상큼한 멘트로 일기를 시작해보지만...


일기장엔 일기 대신, 복습해야할 강의록의 이름과 숫자들이 가득했고, 주 후반이 되어갈수록 짧아지는 기록들이 그 시간의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장도, 그 다음장도, 그 다다음장도 모두 같은 내용이었다.

그날의 공부할당량과 시험준비기록.



간간히는 이렇게,



항상 피로하고, 항상 공부해하고,

자면 공부를 못한 죄책감에 괴롭고,

못자도 괴로운...


그런 슬픔을 토로한 열 살 어린 내가 있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피식 웃음이 났다.




10년전의 나는, 10년 후에도 내가
이렇게 살고 있을거라는 걸 알았을까?ㅎㅎ




의대 공부량이 많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고, 요령껏 잘 살아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나는 '대충', '유급하지 않을 성적' 으로는 타협이 안되는 사람이었다.



굳이 그 들어가기도 어렵다는 서울대에서 '최우등 졸업'을 해야했던 사람이었나보다.




그리고 현재, 2022년.

증상만을 치료하는 현대의학에 한발 더 나아가,

뿌리 원인을 알아가고자 하는 기능의학을 공부하는 의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또! '대충'으로는 또 타협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진짜 말도 안되는 정성과 품이 들어가는 진료 형태를 만들고,

정말 수지타산을 따지면 절대 할 수 없는 '라이블리 프로젝트'라는 건강한 삶에 관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결국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면
'제대로 해야하는' 사람이었던거다.




하지만, 이 문장을 쓰는 오늘 이 시간,

나는 조심스러워진다.



비전보드에 쓰인 정말 큰 두가지 일을 이루어내었다.

이제 세번째 일에 들어서야 가야하는 시간.




이 계획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나에게 그랬다.


또 공부를 한다고?



그들의 놀람 + 어이없는 표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담담히 미소지었다.



하지만 담담한 그 미소 뒤, 조용히 책상 앞에 앉은 나는 혼자 조용히 한숨을 쉬어본다.

숨을 고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리라.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이 다음 스텝을 해나가게 될까.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낸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이 일.



해내보자.

어떻게 할지는 세상의 가이드에 맡기고.



비전보드의 1, 2번을 지우고, 다음 비전을 크게 써둬야겠다.

머지 않은 미래에, 다시 비전보드의 1,2번을 이루었다고 말할 그 날을 기대하며.





정말 진심으로 사랑했던

'라이블리 프로젝트 2기'의 기록을 함께 남겨둔다.


(건강한 삶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신 분들께는 틀림없이 엄청난 가이드가 되줄 것이다!)



https://blog.naver.com/livelyunion/222849176195

작가의 이전글 의사가 영양을 알아? 판도라 상자를 연 내 앞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