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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d Jun 30. 2022

오늘날 그가 과거를 추억하는 방법

<탑건 : 매버릭>(2022)

 *본 기록엔 영화 '탑건 : 매버릭'과 '탑건(1986)'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아이스맨, 페니와의 관계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태어나기도 이전의 영화가 36년 만에 똑같은 주연 배우를 출연시켜 속편이 나올 경우가 얼마나 될까. 탑건 : 매버릭을 시사회로 미리 보고 온 지인들이 1986년에 개봉한 탑건을 꼭 보고 감상해야 한다며 나에게 신신당부하였다. 탑건 : 매버릭을 감상하고 난 현재의 시점에서는 그 지인들이 영화인으로서의 나에게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다.

탑건(1986)

 1986년 개봉작 탑건은 톰 크루즈가 연기계의 전설로 불리기 이전, 24살 나이 꽃미모와 함께 주 내용인 탑건 비행훈련과 그 시절 대부분의 영화들이 유행 타듯이 넣은 로맨스 장면이 담긴(현실에선 이렇게 하면 연애는커녕 뺨 맞을 수 있다) 평범한 액션 영화에 불과했다. 불필요한 장면들이 난무했던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36년 만에 나온 속편이 얼마나 대단할지 궁금해졌다.


 나중에 얘기하기에 너무 아쉬우므로 미리 얘기하겠다. 이 영화(탑건 : 매버릭)는 단언컨대 영화관에서 감상해야 한다.

평범했던 탑건을 감상하고 영화관 중앙에 자리를 잡아 광고가 끝나길 기다리며 이 영화가 안겨줄 무한한 감동을 이때는 알지 못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익숙한 음악이 들려오고 익숙한 장면들이 펼쳐졌다. 탑건(1986)의 오프닝 노래를 그대로 가져오고, 장면 또한 파일럿들의 손짓과 전투기의 시원한 이륙을 그대로 담아냈다.(영화관 음질이 어마 무시해서 실제로 비행기를 탈 때의 소음과 유사했다)


 영화는 탑건(1986) 이후 매버릭(톰 크루즈)이 자신이 과거 작품에서 졸업했던 훈련학교의 교관으로 발탁되며 시작한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톰 크루즈를 비추는 첫 씬은 속편이라는 점을 잊게 만들 정도로 자연스러웠고, 현재의 매버릭이 되기 이전 동료들과의 사진들도 자신의 캐비닛에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Talk to me, Goose."

영화에서 어쩌면 가장 큰 울림을 주는 한 마디 대사인 것 같다. 탑건(1986)에서 불의의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매버릭의 윙맨(전투기 편대 비행 시 오른쪽에서 호위하는 전투기) '구스'는 아직까지도 그의 마음 한 편에 아픈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구스의 가족 중 유일하게 남은 아들 '루스터'(마일스 텔러)는 아버지의 죽음이 매버릭에 의한 결과라고 생각하며 그를 증오하고 있었고, (물론 매버릭이 입학허가를 4년 간 미룬 것도 큰 이유겠지만) 그런 루스터를 교관으로서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매버릭은 답답하기만 하다.


 매버릭은 충분히 탑건계의 전설적인 파일럿이며, 그의 동료들도 입을 모아 "He's the fastest man alive."(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이라니까)로 칭한다. 그럼에도 그는 한계의 한계를 뛰어넘는 장면을 보여준다. 전투기 표면에 불이 붙을 정도로 내달리는 마하 10의 속도는 관객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해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매버릭은 교육생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교육생들의 마음이 매버릭의 교육방식에 동조하기 시작한 건 한계를 뛰어넘고 촉박한 시간에 쫓겨야 하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받았던 시점부터다. 기절과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교육생들이 한마음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임무를 매버릭이 몸소 성공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숨 참고 지켜보던 교육생들을 포함하여 영화관 좌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에게도 그의 실력을 감탄하게 만들었다.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영원히 눈을 감게 될 수도 있는 훈련이기에, 매버릭은 교육생들이 실수를 할 때마다 "왜 실패했지?(왜 죽었지?)"의 질문을 반복하고 그에 대한 답을 들을 때마다 "그건 죽은 네 동료 가족에게 전해라"라고 답한다. 사고로 죽은 구스의 가족들을 마주했던 그 순간을, 누구보다 매버릭은 한 번이라도 경험하게 놔두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Talk to me, Goose"를 외친 사람은 매버릭뿐만이 아니었다. 구스의 아들인 루스터(마일스 텔러)의 대사 중 "Talk to me, dad"라고 말하는 장면은 매버릭과 루스터가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과 동시에 둘의 사이나 케미가 잘 맞게 될 거라는 걸 암시해주는 것 같았다.

두 번 다시 경험을 안 하길 바랐지만 결국엔 구스의 피가 흐르고 있는 루스터를 윙맨으로 발탁하고, 정작 훈련 아닌 실전 속 무기들을 보자 아버지처럼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두려워 속도를 내지 못하는 그에게 계속해서 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주는 매버릭과 임무의 막바지로 달려가며 비로소 따라와 주는 루스터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임무 중 루스터를 살리려던 매버릭이 추락하게 되고 주인공 사망 엔딩인 줄 알았지만, 루스터가 매버릭을 다시금 살려주면서 영화는 둘만의 케미를 가득 담아 보여준다.

그렇게 talk to me Goose와 talk to me dad를 외치던 서로에서 talk to me Rooster를 믿고 부를 수 있게 된 매버릭은 루스터와 함께 또 다른 한계를 넘게 될 것이다.


 루스터와 매버릭이 탑건(1986)에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F-14(@ : 완전 고물이잖아요!)를 타고 무사 귀환한 후 수많은 파일럿들에게 환호를 받는 엔딩 역시 탑건(1986)의 엔딩과 유사한 장면이었다. 그러므로 36년 전의 탑건이 평범 그 자체이며 불필요한 장면 투성이인 작품으로 기억되더라도, 탑건 : 매버릭(2022)을 보러 가기 하루 이틀 전에 꼭 한 번 더 보고(처음 본다면 필수 시청하고) 영화를 감상했으면 한다.


+) 탑건 : 매버릭(2022) 감독 '조셉 코진스키'는 실화 바탕 영화인 '온리 더 브레이브'를 감독했는데, 이 영화도 추천한다. (와중에 마일스 텔러가 주연이다)


+) 작품 속 아이스맨 역을 맡은 배우 '발 킬머'는 후두암 투병 중 기관절개술을 받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며, 작품 속 톰 크루즈와의 짧은 대화는 아들인 잭 킬머가 후시녹음을 한 동시에 AI로 최대한 비슷한 샘플로 복원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 작품 속 행맨 역을 맡은 배우 '글렌 파웰'은 톰 크루즈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 아이패드(파일럿 자격증 강좌가 결제된)와 함께 파일럿 자격증을 취득했다.


+) 에드 해리스 머리 위로 전투기가 날아가는 장면에서 에드 해리스가 서있는 건 그가 버틴 결과물이라고 한다. (스턴트맨으로 대체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트장 지붕이 날아가는 것도 예측하지 못했기에 원테이크였다고 한다)


+) 전투기를 탑승한 배우들 대다수가 구토를 했는데, 매버릭 역의 톰 크루즈와 페니 역의 모니카 바바로는 구토 한 번 안 했다고 한다.(대단한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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