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Style by AK Apr 26. 2024

그리스는 처음

그리스에 진심이라


여행 계획은 이미 3년 전에 세워졌다. 내 60번째 생일과 남편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뭘 할까 생각하다 자녀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사람이기에 아무 때나 여행 가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봄방학이 있는 4월에 3주 정도 여행을 가는데, 이 생일 기념 여행도 4월이 제일 적당하다 싶어 날짜를  4월 초로 잡아두었다.  


그리스로 행선지는 정했지만 그리스에 대해서는 그저 막연한 곳,  꿈에서나 갈 수 있는 곳, 왠지 손에 잡히지 않는 비현실적인 곳으로만 생각되었을 뿐, 아무런 계획도 정보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더 궁금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낭만적인 곳으로 그려지는 탓에 생일이라는 핑계가 있을 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남편은 유럽은 웬만한 곳은 다 다녀왔고 그럼에도 여전히 유럽을 좋아해서 언제나 유럽여행을 꿈꾸지만 그리스를 목적지로 생각해 보는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일단 서유럽에 비해 너무 멀고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 정보가 빈약한 관계로, 열심히 공부해서 가야 하는 그리스보다는 잘 알고 있는 독일이나 프랑스, 덴마크등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가족 여행이자 특별한 여행이니 아무래도 그리스처럼 환상적이고 로맨틱한 곳을 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나는 그 즉시 아이들에게 문자를 날렸다, 2024년 4월에 그리스로 여행을 떠날 테니 날짜를 무조건 비워놔라. 2021년 일이었다. 3년이나 전에 계획한다고 아이들이 쿡쿡 웃었지만 나는 진심이었기에 이후로 한 번도 재고해 본 적이 없다.


아직 정정하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여행 좋아하시는 우리 부모님께도 알려 드렸다.

‘2024년 4월에 그리스로 여행 갈 거니까 건강과 돈, 모두 잘 채비하고 계세요!’

처음엔 모두 설마 했다. 너무 일찍 계획을 세웠으므로 ‘그러다 잊겠지’ 한 모양이다. 잊어버릴만하면 한 번씩 다짐해 두었더니 한 일 년쯤 전부터는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지난여름부터는 정확한 날짜를 알려달라고 물어 왔다.


우리 가족을 소개하자면

우리 부부는 한미 국제 부부로 남편은 미국인,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살고 있다.

우리는 12년 전 결혼을 했는데 나는 재혼, 남편은 초혼이었다. 남편은 70세가 되었지만 외모도 행동도 전혀 그 나이로 보이지 않는다. 원래 젊어 보였지만 지금도 한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건 내 눈에 아직 콩깍지가 제대로 씌여있기 때문일지도...

 

나에게는 3남매가 있는데 첫째 아이는 아들로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둘째인 딸아이는 현재 나와 함께 거주하며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오래 지냈는데 5세부터 대학교 1학년까지 미국에 자란 아이가 한국에서 살아가기가 너무 버거웠던지 비자를 받아 미국으로 다시 들어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며 한 걸음씩 떼고 있는 중이다. 막내도 딸아이인데 미국기업인 세일즈포스, 싱가포르 오피스에서 일하고 있다. 이렇게 세 아이가 한국, 미국, 싱가포르에 살다 보니 함께 다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 이런 여행을 계획하지 않으면 함께 여행할 일도 없으므로 나에게는 최고의 생일 선물이 될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