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의 [고추잠자리]
7월 이었던가요.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들과 함께 철원에 다녀왔습니다. 다들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기다렸죠. 그런데 저는 원래 가기 싫었어요. 저 혼자 가야했었거든요.
어릴 적 부터 어딘가 놀러가면 제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어요. 혼자 가거나, 엄마랑만 가거나. 엄마 아빠 모두와 함께 가는 선택지는 존재하지도, 선택할 수도 없었어요. 두 분 모두 가게를 비우는 건 어려웠으니까요. 보통 국내 여행은 혼자 갔었고, 해외 여행은 엄마와 갔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부모님 두 분과 함께 여행을 가는 모습을 보고 어린 마음에 속상하기도 했었지만, 그냥 체념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엄마 아빠는 바빴으니깐요.
그리고 결국 19살이 되어 이 문제로 부모님께 투정을 부려버렸습니다. 부모님들과 함께 할 여행은 이번이 마지막일텐데, 이마저 혼자 가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서러웠나봐요. 그래서 다 크고 나서야 마구 투정을 부렸습니다. 가족끼리 가는 여행인데 나 혼자가면 그게 뭐냐, 엄마 아빠가 나 혼자 가는 마음을 아느냐, 얼마나 눈치보이는데, 엄마랑만 가는 것도 싫다, 나는 엄마 아빠 다 같이 가고 싶다고, 이럴거면 안 간다.. 지금 보니 조금, 아니 많이 부끄러워요. 19이나 먹고 이게 무슨 사춘기 꼬맹이 같은 행동인지 참.
그런데 아무리 나잇값 못하는 행동이라 하더라도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전 그냥 나잇값 못하는 19살 하려고요. 사실 10대 기준에서나 나이 많은 사람이지, 긴 인생을 기준으로 보면 전 그냥 어린 아이일 뿐이잖아요. 그러니깐 그냥 투정 부릴래요. 어휴.. 여자는 나이 먹어도 애라더니,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