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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글 Apr 18. 2024

한컷의 우화

새글 에세이시

한컷의 우화


남 탓이 최선의 대안이고 자괴감을 자신감으로 둔갑하기를 개의치 않고 하는 말종이 살았습니다. 그에게는 지켜야 할 최우선이 자신과 자신의 옆에 있는 사람들뿐이었습니다. 거짓말을 진실처럼 떠벌렸고 스스로의 두뇌를 세뇌하기에 능통했습니다. 진실이 드러나고 헛소리가 들통나면 성을 냈습니다. 그런 위선을 지지하는 이들은 제발에 오줌을 누며 언발을 녹이고 있기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지적해서 감수할 손실보다 빌붙어서 얻어낼 이득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같은 말종들이 모여 가면을 쓰고 진짜 모습이라고 가장무도회를 날마다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잘 짜인 각본을 지켜보아야 하는 힘없는 이들에게는 빌어먹을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살아야지요, 하며 체념의 시간을 달관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언젠가 막장의 드라마가 막이 내려지면 다시 삶의 주체가 될 날을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밟힐수록 뿌리가 튼튼해지는 풀잎처럼, 휘어놓아도 다시 일어서는 대나무처럼 진실은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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