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경계의 온도

햇살과 바람이 바뀌는 순간 내 몸도 변한다

by 안명심


경계의 온도



얇은 셔츠를 믿었다

창밖의 햇살이 기민하듯 맑아서


​문을 여는 순간

팔꿈치를 스치는 공기의 결이 달랐다

분명 같은 바람인데

어제와는 다른 온도를 숨기고 있다


​아, 하고

무심코 내밀었던 손을 거둔다


눈부시게 푸르던 것들은

아직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가장 높은 가지 끝에서는

먼저 지친 잎 하나가

아슬하게 중력을 시험하고 있다


​낮의 열기(熱氣)와

밤의 한기(寒氣)가

서로의 등을 맞대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

​선명했던 세상의 윤곽이

아주 조금, 흐릿해졌다

​목이 따끔거린다


먼저 계절을 앓는 것은

언제나 몸이다.









▪️詩作 노트▪️

햇살이 너무 맑아서 방심했다.
하늘은 한여름처럼 투명했고, 공기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고요했다.
문을 여는 순간, 바람이 팔을 스쳤다.
분명 같은 바람인데 어딘가 모르게 경계가 생겼다.
나는 알레르기 체질이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코끝이 따끔거리며 재채기에, 목이 마르다
누군가는 달력으로 계절을 구분하지만,
나에게 계절은 언제나 몸으로 먼저 찾아오는 신호다.
햇살은 여전히 여름의 잔열을 품고 있었고,
바람은 벌써 가을의 냉기를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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