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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단녀도 아니었다.
그냥 경무녀였다.
‘경력 없는 여자.’
결혼을 하기 전, 한국에 돌아와 다소 늦게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할 즈음 허니문 베이비가 생겼고,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나는 자연스레 직장을 다니지 않는 여자로 살아가게 되었다.
프리랜서로 디자인 일을 하긴 했지만, 이혼 직후 취업을 하려 했을 때 그 경력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었다.
고로 내 커리어 레벨은 0에 가까웠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그 당시에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을 했었기에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항상 고민을 했었던 시기가 길었었다.
최근 여러 일들 때문에 ‘이혼 후에 나는 뭐하고 살아온 거지?’ 하는 허무함을 자주 느껴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 노라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바뀌었다.
독일에서 온 노라와는 알게 된지는 얼마 안 됐지만, 마음이 꽤 ‘착’ 맞아 금세 가까워진 친구이다.
노라는 내 책을 독일에 있는 조카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싸인을 부탁하며, 내 책이 나오게 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다.
내 그림책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구름 한 점에서 시작되었다.
그 구름은 홀로 둥둥 어딘가로 떠가고 있는 듯했다. 혼자지만 쓸쓸하다기보다는 자유롭게 룰루 랄라 여행을 가는 모습 같아 보였다.
나는 그 당시 아이가 아빠를 만나러 가면 마음이 굉장히 허전하고, 쓸쓸했었다.
그렇게 필요했던 나만의 시간인데, 막상 그 시간이 오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힘들었던 것이다.
그 구름을 바라보며 나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며 쓸쓸하고 외롭던 시간을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으로 바꿔가기 시작했다.
외로움은 나를 ‘그림책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물론 여전히 그림책 작가로, 일러스트레이터로 가야 할 길이 너무 멀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를 경무녀라 여기지 않아도 된다.
동시에 내 커리어 레벨은 0에서 3 정도까지는 올라와 있었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