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정해야 한다면 각자 알아서 정하죠.
딸이 2학년 때 일이다.
학교에서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 배워온 날이었다.
“엄마, 우리는 이혼가족이야?”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은 항상 해주었지만, ‘이혼’이라는 단어를 알려주는 것이 마음 아파서 이 단어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이혼’이라는 단어를 먼저 꺼냈을 때 내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언젠간 알게 될 단어. 하지만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니 당황스러웠다.
이미 일 년이 지난 일이라 아이가 학교에서 정확히 어떤 가족에 대해서 배웠는지는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가족들에게 꼭 그렇게 이름을 붙여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지가 여전히 의문이다.
이름이란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처럼 꽃이 되는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름을 불러줬을 때 다수와 다른 누군가를 구분 짓는 잣대가 되고는 한다.
언젠가 모든 가족이 별다른 이름 없이 불리기를 바라며 나는 딸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었다.
“우리는 그냥 가족이야”
아! 굳이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각 가족이 알아서 하는 걸로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