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는 없다
비교의 대상
옆에 있는 사람, 제일 친한 친구, 심지어는 본 적도 없는 사람들까지. 어쩌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비교의 대상이 된다. 어디 사람뿐인가 이론이나 혈액형, MBTI와 같이 인간의 유형을 다루는 글에도 자기 자신을 맞춰보고 무엇이 맞고 틀린 지 비교하는 세상이다. 세간에 출간된 책을 읽으며 자신은 어떠한지,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이나 습관 등에 자신이 부합한 지마저 비교해 본다.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이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심리학과 관련한 서적을 보며 자신의 과거가 어땠는지 생각하고 맞춰보게 된다. 특히 대부분의 심리학 이론에서 다루는 인간의 성격은 유아기에 모두 형성된다 말한다. 이에 맞춰보면 자신의 못난 성격의 일부분이 어린 시절에 영향으로 생겨난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 그때의 환경이 미워지고, 자신이 불쌍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는 결국 자격지심이나 피해의식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 이론
심리학의 아버지 프로이트는 유아가 3~6세 무렵인 남근기에 콤플렉스를 느낀다고 했다. 이성의 부모를 성적으로 사랑하고 동성의 부모를 자신의 라이벌로 보는 프로이트의 콤플렉스는 반드시 두 대상이 있어야 이루어지는 것처럼 서술되어 있다. 한부모가정이 늘어나는 현대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사랑할 대상인 이성의 부모가 없다면 콤플렉스를 느낄 새가 없다는 것과 같다.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콤플렉스는 꽤 중요한 위치에 있는데,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유아가 사회적 도덕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프로이트는 신경증 환자가 일반적으로 이 콤플렉스 극복에 실패한 사람이라고 봤다. 그렇다면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유아는 그 일반적인 신경증 환자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론으로 존 볼비(J.Bowlby)의 애착 이론을 들 수 있다. 다양한 곳에서 흔히 불안형 애착, 회피형 애착, 공포 회피형 애착, 안정형 애착 등의 유형을 풀이하며 다루는 그 애착 이론이다. 양육자와 유아가 맺는 관계를 의미하는 애착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다뤄진다.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에게 정성을 쏟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부모도 존재한다. 아이를 낳고 책임지지 못하는 부모로 인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결국 아주 어린 시절의 자신이 콤플렉스를 잘 극복했는지, 혹은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잘 형성이 되었는지를 이론을 통해 맞춰보고 생각하며 비교하는 것이 대부분 사람의 삶이다. 이는 마치 MBTI나 혈액형에 따른 성격 유형을 맞춰보는 것과 같다. 이미 정해진 성격대로, 또 이미 만들어진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을 받아들이는 일인 셈이다.
지금 현재
심리학과 재학 시절, 나 자신이 그랬다. 새로운 이론을 배울 때마다 나 자신을 그에 맞춰봤다. 결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이론에 맞춰본 나는 프로이트가 말하는 신경증 환자였고, 아들러가 말하는 열등감이 높은 사람이었으며, 존 볼비가 말하는 불안형 애착관계를 맺은 사람이었다. 마치 그래서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인가 싶었다. 자괴감에 빠지고 다시 힘내서 살아가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애착 이론 수업 중에 교수님께 용기 내어 여쭤봤다.
"교수님, 유아시절 애착을 맺지 못했을 경우, 성인이 되어서 그 애착을 맺으려고 하기도 하나요?"
교수님께서는 내 질문에 대답하는 듯, 모든 학생들에게 말했다.
"심리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심리학 이론을 맹신하고 그 이론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지 마세요. 우리가 배우는 것은 모두 이론일 뿐입니다. 누구든 자신의 심리학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우선 내 과거를 직면하고 현실을 직면하기 위해 휴학을 했다.
휴학기간 동안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고,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무렵, 풀리지 않았던 것을 다시 교수님께 여쭤보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다.
"교수님, 프로이트 정신분석 이론에서의 콤플렉스가 만약 그 대상이 없다면 유아는 어떻게 되나요? 또한 애착 이론에서 유아가 애착을 맺을 대상이 없다면 유아는 어떻게 되나요?"
수업시간에 질문했던 것과 비슷한 질문이었다. 이에 교수님은 당시와 비슷한 대답을 주셨고, 나는 그 대답에 폭풍과도 같이 오열하며 그때와는 정반대로 복학을 결심했다.
"콤플렉스 대상이 없었고, 애착이 맺어지지 않은 것 같아도 괜찮아요. 자꾸 매일 힘을 내서 지금 나의 현실을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면 돼요. 이제껏 그래 왔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