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색 한 스푼 May 21. 2021

삶은 교환의 연속이다

깨달음을 구매하는 화폐

상품의 가치

세상에는 다양한 쓰임새의 다양한 상품이 즐비해 있다. 상품을 만들어낸 기업에서는 각 상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여 시장에 판매한다. 시장에서는 기존의 가치에 유통업자가, 또 판매자가 계속해서 가치를 추가한다. 구매자는 최종적으로 결정된 가치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해 상품을 구매하게 된다. 이는 시장에서의 직거래가 아니더라도 택배 거래와 같이 시간의 텀을 둔 거래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상품 자체가 구매자에게 가치 없는 것이라면 지불할 비용을 생각해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가치 있는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가치를 얻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진 것을 잃는 것인 셈이다.


가치 있는 상품이 반드시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 있는 상품이 무형인 경우도 더러 있다. 강의를 듣는다거나, 미술품을 본다거나, 유명인과의 식사를 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그렇다. 어찌 됐건 중요한 것은 누구나 높은 가치를 구매하기 위해 어떠한 대가를 지불한다는 것이다. 그 대가가 이 아니어도 말이다.


잃는다는 것

살다 보면 참 많은 것을 잃는다. 친구와 싸워 잃기도 하고, 연인과 헤어져 잃기도 하며, 때로는 목표를 잃어 방황하기도 한다. 잃은 것에 슬퍼하며 좌절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며 새로운 목표를 향하기도 한다. 상품을 구매하는 것과 같이 무언가를 잃는 것을 대가로 하여 새로운 것을 얻는 것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 )'라고 하였던가. 좋은 일은 나쁜 일을 부르고, 나쁜 일은 좋은 일을 부른다.


재미있는 점은 대개 새로 사귄 친구가 더 좋은 친구이고, 새롭게 시작한 연애가 더 건강한 연애이며, 새로 생긴 목표가 더 현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무언가를 잃었을 때 얻게 된 새로운 것이 친구나 애인, 목표와 같이 단순한 무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깨달음의 대가

무엇이 되었든, 잃고 나면 떠올리는 생각이나 감정이 있다. 후회나 분노, 후련한 마음 등이 그것이고 이는 잃은 후 첫 번째로 얻는 것이다. 이후 얻은 것을 가공(생각을 정리하는 과정)하여 어떠한 깨달음을 얻는다. 이는 잃은 후 두 번째로 얻는 것이다. 친구를 잃고 '그 친구 같은 성격의 사람은 피해야겠어'라고 깨닫거나, 연인을 잃고 '이런 부분에서는 내가 더 노력했어야 했어'라고 깨닫는 것, 혹은 목표를 잃고 '현실 가능성이 없었어'라고 깨닫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깨닫는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인간은 본래 자신이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같은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깨닫게 된다. 그렇게 얻은 깨달음이 삶에 반영되어 더 나은 새로운 것을 가져다준다. 이것이 최종적으로 얻는 것이다.


사람을 잃거나 목표를 잃는 것, 혹은 다른 무언가를 잃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 더 나은 것을 얻기 위한 대가이다. 새롭게 얻은 것 역시 언젠가 잃을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삶 속에서 늘 반복해왔듯이 그 역시도 더 나은 것을 위한 대가가 될 것이다. 가치 있는 상품을 얻기 위해 돈을 잃는 교환을 반복한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이유를 설명하는 일은 중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