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가질 수 없을 바엔 포기? 하지만...,
모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거북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두 거북에게는 조금 많이 커 보이는 하얀색 모자 하나, 거북 둘과 모자 하나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전작 <내 모자 어디 갔을까> 그리고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를 읽은 분들이라면 무척 기대하여 첫 장을 펼칠 듯합니다.
<모자를 보았어>는 1부 '모자를 보며', 2부 '지는 해를 보며', 3부 '잠을 자며'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다른 그림책에서 보기 힘든 구성이라 더 시선을 끕니다. 주인 없는 모자를 발견한 두 거북이 서로를 위해 모자를 포기하지만, 그중 세모무늬 거북은 모자에서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말은 아니라고 하는데 눈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세모무늬 거북, 혹시 혼자 모자를 써보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둘 다 어울려.
그런데 우리 둘 중 하나만 모자를 갖고 하나는 못 가지면 마음이 안 좋을 거야.
'모자를 보았어' 중~
길을 가다가 주인 없는 모자를 발견한 두 거북, 둘은 서로 돌아가며 모자를 써보고, 서로가 서로에게 모자가 잘 어울린다는 말을 건넵니다. 사실 모자는 두 거북이 쓰기에는 좀 컸답니다. 모자를 쓰면 얼굴이 안 보일만큼요. 그럼에도 둘은 모자가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모자는 하나, 모자를 쓰고 싶은 거북은 둘,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듯 쿨하게 모자를 포기합니다.
하지만 세모무늬 거북은 모자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습니다. 포기하고 가면서도 눈은 계속 모자를 향해 있습니다. 네모무늬 거북과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도 말이죠. 그래서 네모무늬 거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물었을 때, "그냥"이라며 대충 얼버무렸다지요. 잠을 자려고 할 때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점점 눈이 감기는 네모무늬 거북과 달리 잠을 잘 생각이 없는 듯한 세모무늬 거북의 눈은 다시 모자에게로 향합니다. 모자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세모무늬 거북은 과연 어떻게 할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참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자에 대한 욕망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세모무늬 거북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누구는 옳고 누구는 그르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모자를 보았어>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지만,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나면,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름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요? 여러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