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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wsunc Aug 24. 2022

잘 쓰는 법이 아니라 '알아먹게' 쓰는 법

13년 차 기자가 말하는 '기자가 글 쓰는 법'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 합니다. '글 쓰는 법'을 알고 싶어 하죠. 하지만 그걸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다들 직관적으로 글쓰기를 배웠거든요(사실은 배운 적이 없는지도요). 그나마 문학은 좀 나은 것 같아요. 문학을 쓰는 법을 가르치는 학과가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주로 쓰는 글은 비문학, 소위 논픽션이죠. 설명하는 글이나 주장하는 글이요. 이런 글을 주로 쓰는 건 기자입니다. 하지만 기자조차 후배에게 글 쓰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합니다. 후배가 글을 써오면 추상적인 피드백 한 두 마디를 해주고 고치라고 하거나, 그냥 고쳐줄 뿐이죠. 주니어 기자 시절 저는 기사 작성 시스템을 열어놓고, 제가 쓴 글과 선배가 고쳐준 글을 한 창에 띄워놓고 보고 또 봤습니다. 선배가 고쳐준 글엔 여기저기 빨간줄이 쳐지고 새로 생겨난 문장이 곳곳에 박혀 있었죠. 


기자의 글을 고치는 건 그나마 할만 합니다. 2018년부터 3년 가량 사내 유료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인 폴인에서 일했습니다. 그때 제가 하던 일은 취재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기획하고 사람을 찾고 원고를 받아 에디팅하는 일이었습니다. '기자'가 아니라 '에디터'로 불렸어요. 거기서 저는 기자가 아니라 보통 사람의 글을 받았습니다. 프로는 그걸로 생계를 유지하느냐 아니냐로 나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때 글쓰기에 관한 프로가 아닌 사람이, 자신의 전문성을 글로 담아낸 원고를 받아든 셈이죠. 하나 같이 너무 좋은 메시지와 정보와 지식을 품고 있는 글이었지만, 독자 친화적으로 쓰여지진 않은 원고들이었죠.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글 쓰는 법'에 관해서요.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드려야, 제가 덜 힘들었거든요.


제가 고민했던 '글 쓰는 법'은 '잘 쓰는 법'이 아닙니다. 글을 잘 쓰려면 문장도 유려해야 하고, 인상적인 문장을 하나씩 심어 두는 것도 신경 써야 하고, 비유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해야 합니다. 그건 고급 글쓰기죠. 저는 그걸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하고,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쓴 사람의 의도대로 알아먹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죠. 그게 논픽션의 기본이거든요. 네, 그렇습니다. 그건 잘 쓰는 영역이 아니라 그냥 쓰는 영역이에요. 그렇게 쓰지 않으면, 글이 될 수 없는 그런 것이요.


글이 완성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두 가지 ①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이걸 우리는 '주제'라고 부릅니다. 기자들은 '야마'라고 불러요. 일본어로 '산'이라는 뜻이라는데, 기자들이 쓰는 은어입니다. 입사하고 첫 3년 간 기사를 봐주던 선배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그래서, 야마가 뭐야?"였어요. 전화벨이 울리고 통화 버튼을 누르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야마가 뭐야?" 그만큼 중요합니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가요.


아무리 글을 후지게 써도, 본 적도 없고 들어본 적도 없는 신박한 말을 한다면 다 용서됩니다. 기자한테는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주는 팩트 하나가 바로 그런 거죠. 최순실의 태블릿 PC 같은 거요. 


'무슨 말을 하느냐'가 중요한 결정적인 이유는 발행되어 돌아다니는 글 대부분이 글로서의 기본은 갖춘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유려한 문장이나 기가 막힌 전개로 독자를 휘어잡는 것보다, 선명하고 참신한 주제로 사람을 사로잡는 게 훨씬 쉽습니다. 게다가 뭔가를 쓰고 싶다는 건 내 안에 콘텐츠가 있다는 뜻이거는요. 여러분이 전문가라면 그 콘텐츠는 선명하고 참신할 테고요.  


그렇다면 선명하고, 참신한 주제를 잡는 방법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텐데요, 적어도 제가 유용하게 쓰는 방법이 있어요. 이걸 하나씩 풀어보려고 합니다.


글이 완성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두 가지 ②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선명하고 참신한 주제가 정해졌다면, 이제 필요한 건 그걸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입니다. 주제는 좋은 것 같은데, 읽고 있으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 글이 많습니다. 그건 구조의 문제입니다. 건물로 따지면 설계가 잘못 된 거죠. 외관은 아주 예쁘고 본 적 없는 디자인인데, 정작 안에서 살려고 하면 도통 불편해서 살 수가 없는 그런 집입니다.


좋은 글은 잘 읽힙니다. 잘 읽히는 글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글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글의 모든 단락이 주제를 향해 쓰여져야 합니다. 모든 단락은 주제를 강화하고, 뒷받침해야 합니다. 주제랑 상관 없는 내용이나 있으나 마나한 내용을 담은 단락이 있어선 안되죠.


두번째로 순서가 중요합니다. 주제를 강화하고, 뒷받침하는 단락이 논리적으로 자리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읽는 사람이 주제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글을 써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상당한 수준의 논리력을 갖고 있어요. 논리적인 흐름으로 글을 쓰면 독자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글을 이해할 수 있죠. 글이 논리적으로 쓰여지지 않으면, 독자는 그걸 이해하기 위해 자신의 논리력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의 논리력과 사고력이 있어야만 글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하죠. 이런 글은 사람들이 끝까지 읽지 않습니다. 


주제를 잘 전달하도록 글을 구성하는 방법도 물론 있습니다. 모두 각자의 방법이 있을 텐데요, 저 역시 저만의 방법이 있죠. 처음엔 저도 체계화하지 못했습니다. 도제식으로 배워 몸에 익혔고, 그래서 그냥 쓰면 됐어요. 그런데 폴인에서 다른 사람의 글을 고치면서, '이렇게 쓰라고 말해야겠다'라는 순간이 많았고 하나 둘 정리하면서 나름의 방법론을 갖게 되었죠. 이것도 차차 공유하겠습니다.


어린이의 글쓰기엔 하나가 더 필요하다


글 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건 직업적 이유였어요. 폴인을 떠나 작지만 하나의 팀을 맡게 되었거든요. 선배들이 그랬듯 저 역시 후배들의 기사를 직접 봐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가능하면 방법론을 알려주고, 구체적으로 피드백하고, 직접 고치도록 했어요. 후배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해야 후배들이 기자로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그게 편한 길이었습니다. 사실 피드백하고 다시 쓰게 하고 그걸 보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에너지도 많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대부분은 방법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고치는 게 편하죠. 그런데 그러면 영원히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 좀 번거롭더라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면, 6개월 1년 뒤엔 더 편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저도 '글 쓰는 방법'에 대한 저만의 체계적인 노하우를 갖게 되었고요.


그래서 아이에게 글을 직접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쓰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쓰지 않는 읽기는 의미가 없다고까지 생각합니다. 쓴다는 건 어떤 걸 자기 언어로 소화한다는 거예요. 뭔가를 배우고 써보면 더 잘 이해하게 되죠. 사실은 내가 몰랐다는, 정확하게는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욱 쓰기를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의 글쓰기엔 앞서 말씀 드린 그 두 가지, 그러니까 주제와 구성만 있어선 안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실 문장은 아이도 쓸 수 있습니다. 쓰기를 할 나이면 이미 말하기는 충분한 수준에 올라와 있으니까요. 문법에 맞는, 그러니까 주어와 술어를 맞춰서 쓰기를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복병은 띄어쓰기였어요.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하면서 띄어쓰기를 훈련한다고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띄어쓰기를 힘들어 했습니다. 띄어쓰기를 익히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래서죠. 물론 찾았습니다. 이것도 차차 공유하겠습니다.


띄어쓰기가 된 뒤에도 여전히 아이는 쓰기를 어려워 했어요. 한 두 문장을 쓰면 끝이었죠.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오늘 학교에서 짜장밥이 나왔다. 맛있었다." 아이에겐 하나의 생각으로 한 개의 단락을 만드는 걸 가르쳐야 했습니다(놀라운 건 이걸 잘 못하는 어른들도 드물지 않다는 겁니다). 이것도 나름의 방법을 찾았죠.


여기까지 되면 그때부터는 제가 앞에서 말씀드린 두 가지, 주제와 구성을 가르치면 됩니다. 사실 저는 아이에게 아직 그걸 가르치고 있진 않아요. 하나의 생각으로 한 개의 단락을 만드는 걸 하고 있습니다. 


원리를 알면, 쉽다


글쓰기, 글 쓰는 방법에 대한 글을 많습니다. 정말요. 이미 많은데, 굳이 저까지 써야 할까 고민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어른과 아이에게 글 쓰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그런 책들을 읽어보니, 뭔가 아쉬운 지점이 있었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아쉬움들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원리'였죠. '글 쓰는 원리'를 말하는 글이나 책은 없었어요. 글을 쓰는 테크닉, 기술을 정말 많이 가르쳐 줍니다. 문장을 쓰는 방법이나, 길이를 늘리는 방법, 소재를 찾는 방법, 글을 시작하는 방법 등이요. 그런데 제가 미문해서인지, 저는 왜 그렇게 써야 하는지, 그러니까 원리를 설명하는 글을 보지 못했어요.


원리는 간단해요.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두 가지면 됩니다. 그런데 원리를 안다고 글을 다 잘 쓰는 건 아닙니다. 수영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수영을 잘하는 게 아닌 것과 같은 이치죠. 훈련이 필요합니다. 훈련하려면 훈련법이 필요하고요. 제가 앞으로 공유하려는 건 그 훈련법에 가깝습니다. 물론 이 역시 원리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죠. 좋은 훈련법을 안다고 누구나 수영을 잘하는 건 아닌 것처럼, 글을 잘 쓰게 만드는 훈련법을 안다고 글을 잘 쓰는 건 아닙니다. 그 방법으로 계속 훈련을 해야만 잘 쓸 수 있죠.


제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두 번째 이유는 어린이의 글쓰기에 관한한 더 지엽적인 기술 중심의 콘텐츠와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였어요. 제가 봤던 책 중엔(물론 유용했습니다) 아이들과 할 수 있는 글쓰기 놀이법을 깨알 같이 담은 책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그 책은 그 놀이를 통해서 어떤 걸 훈련할 수 있는지, 그게 궁극적으로 어떤 글로 이어지는 건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죠.


오래 생각했는데, 이제야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더딜 수 있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보려고요. 유용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면, 책으로 엮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제가 책을 좋아해서요. 부디 지치지 않고 가보겠습니다.


추신: 2편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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