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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주 변호사 Nov 28. 2022

영화 <버닝> 리뷰 (2)

법률 쟁점과 후기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어서)




3. 법률 쟁점


가. 아동학대


영화에서 종수의 어린 시절 서사가 나온다. 아버지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는데 어머니가 그것 때문에 종수가 어릴 때 집을 나가버렸고, 아버지는 어린 종수한테 집을 나간 어머니의 옷가지와 물품들을 직접 태워버리라고 명령한다. 어린 아들한테서 엄마의 기억을 지워버리려는 의도였을 것이고, 나아가 집을 나간 아내에 대한 분노를 어린 아들한테 푼 것으로 볼 수 있다. 


종수의 아빠가 어린 아들한테 가출한 엄마의 물건을 직접 불에 태우게 하는 행위는 아동학대로 볼 수 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를 예방 및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행위와 범죄를 처벌하고 있다. 아동학대에는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뿐만 아니라,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도 금지된다. 여기서 말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는 가정폭력에 아동을 노출시키는 행위를 포함하는데, 아빠가 엄마가 가출한 것에 대한 분노와 그 화풀이를 위해 어린 아들한테 엄마의 물품을 직접 태우라고 시키는 행동은 어린 아들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동학대로 인정되면 아빠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나. 대마초 흡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류관리법)


파주에 있는 종수의 집에 찾아온 해미와 벤은 벤을 따라 대마초를 피운다. 대마는 마약류관리법에서 정하고 있는 ‘마약류’에 해당하는데, 마약류에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가 있고, 마약의 대표적인 물질에는 양귀비, 아편, 코카잎이 있다. 마약류관리법에서는 누구든지 대마 또는 대마초를 흡연 또는 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흡연할 목적으로 대마 또는 대마초를 소지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가 대마 또는 대마초를 흡연하거나 흡연할 목적으로 소지하는 것을 알면서 대마초를 팔거나 파는 것을 알선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대마 또는 대마초를 흡연 또는 섭취하거나, 흡연 목적으로 소지하거나, 흡연 목적 또는 흡연 목적 소지를 알면서 대마초를 팔거나 파는 것을 알선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그리고 상습범으로 인정되면 형의 1/2까지 가중된다. 




다. 비닐하우스 방화


벤은 자신의 은밀한 취미를 종수한테 말해 주는데, 그 취미는 2개월에 한 번꼴로 전국에 버려져 있는 비닐하우스에 방화를 하는 것이다. 종수가 깜짝 놀라서 남의 비닐하우스를 태우냐고 묻자, 벤은 태연히 그렇다고 말한다. 벤이 버려진 타인의 비닐하우스에 방화를 하는 것은 당연히 방화죄로 처벌받는 범죄이다. 방화죄는 건조물의 종류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는데 당연히 사람이 살고 있거나 사람이 현재 건물에 있는 경우, 공용이나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건조물을 방화한 경우에 더 무겁게 처벌된다. 방화의 객체는 사용목적이 같다면 건조물 외에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지하채굴시설도 있고 모두 동일한 법정형이다. 


즉, 주거용 건조물을 방화하는 것과 주거용 자동차를 방화하는 것은 동일하게 처벌된다. 그리고 건조물이냐 일반물건이냐에 따라서 처벌 형량이 달라지는데 건조물을 방화한 경우에 더 무겁게 처벌된다. 건조물은 지붕이 있고 담 또는 기둥으로 지지되어 토지에 정착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데, 비닐하우스는 건조물에 해당한다. 따라서 타인의 비닐하우스 방화는 일반건조물방화죄로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벌금형이 없다. 만약 비닐하우스가 자기 소유라면 그 경우에는 방화로 인하여 인근에 불길이 번져서 다른 집이나 숲을 태울 위험과 같이 공공의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만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벤은 남의 비닐하우스를 방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받는다.




라. 고양이를 데려온 행위


만약 해미가 사망했고 벤이 키우고 있는 주인 없는 고양이가 해미의 고양이라면, 벤이 해미가 키우는 고양이를 가져온 행위는 죄가 될까. 이것은 경우의 수를 모두 따져서 검토해야 한다.


1) 벤이 해미를 고의로 죽이고 고양이를 데려 왔다면 강도살인죄가 된다.

2) 벤이 해미를 죽인 후에 고양이를 발견하고 데려왔다면, 살인죄와 절도죄가 된다. 판례는 사망 후에도 시간적 장소적 접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자의 생전에 가진 점유가 사망 후에도 계속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3) 다른 사람이 해미를 살해했고, 벤이 그 후에 고양이를 데려왔다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된다. 




개인적으로 후반부 내용이 종수의 소설이라는 해석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동의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종수가 벤을 살해한 후 옆에서 구토를 하는데, 종수가 입고 있던 옷가지와 신발까지 모두 태워버려서 증거가 하나도 남지 않아 얼핏 완전 범죄라고 보이나 구토물 때문에 신원이 발각될 위험이 있지 않나 싶었다. 


물론 사건 현장이 늦게 발견되어 그 사이 눈이나 비가 와서 구토물도 모두 흘러가서 없어져 버리면 종수한테 유리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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