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펀딩이야기 #1
정확히는 과일과 견과를 듬뿍 담은 두유그릭요거트볼을 좋아하죠. 아침마다 요거트를 먹은 지 4년이 넘었습니다. 이 정도면 좋아한다 해도 괜찮겠죠?
제 요거트 사랑을 논하기 위해 4년 전 다이어터 시절로 돌아가 봅니다. 저는 과일을 참 좋아하는데요, 다이어트 성공을 갈망했기에 당분이 많은 식후 과일을 즐기기 부담스러웠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못 먹는다니! 괴로워하고 있는데, 마침 인스타그램 속 오색 현란한 요거트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두 가지의 달달한 과일과 고소하고 시원한 요거트, 그리고 씹는 식감이 있는 견과가 듬뿍 들어간 요거트볼은 그렇게 저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의 모닝 요거트볼은 계절에 따라, 영양분에 대한 제 지식의 쌓임에 따라 발전했습니다. 토핑에 따라 그 맛도 달라지니, 그래서 제가 요거트볼을 못 끊나 봅니다.
처음으로 한 펀딩도 바로 이 요거트볼 연구에서 출발했습니다. 저는 씹는 식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씹는 행위를 좋아해 여름이고 겨울이고 늘 얼음을 씹어 먹던 저였습니다. 과일과 요거트는 비교적 부드럽게 씹힙니다. 그래서 저는 꼭 요거트볼에 식감이 재미있는 요소를 추가합니다. 그중 하나가 곡물입니다. 시리얼, 뮤즐리, 그래놀라 등을 추가하면 요거트볼 속 오감이 풍요로워집니다.
저는 다이어터였기에, 한 끼 식사의 영양분 또한 놓칠 수 없었습니다. 시리얼은 밀가루 즉 정제 탄수화물이 많아 안돼, 시중 그래놀라는 당이 많이 첨가되어 요주의 식품이었습니다. 그래놀라로 단백질을 챙길 순 없을까? 당은 이미 과일로 충분해. 이왕이면 혈당이 서서히 오르는 비정제 당이 들어간 그래놀라는 없을까? 이 물음들이 검색을 하게 만들었고, 저를 펀딩의 세계로, 그리고 그라놀로지의 하루 그래놀라 펀딩 프로젝트로 이끌었습니다.
그래놀라 펀딩 프로젝트를 처음 펼쳤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소개 사진 내 제품 '패키지'였습니다. 정확히는 제품 중간 PROTEIN이라는 문구가 제 마음을 홀렸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이런 게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상상했던 것이 실제 제 눈앞에 있으니까요. (없었다면 사업 아이템이었을 텐데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펀딩의 매력입니다.
사실 하루 그래놀라 개발 계기는 '단백질'이 아니었습니다. 펀딩 스토리에 따르면, '집에서만 먹기 아쉬워요!' '한 번에 얼마의 양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고객들의 물음에서 개발이 시작되었다 합니다. 서로 의도한 바가 같지 않다고 이 제품이 제 마음에 꽂히게 된 것을 우연이라 보기엔 그 시야가 좁습니다. 결국 그라놀라지의 미션 또한 "건강한 먹거리 문화를 만들자"였으니까요. 브랜드의 철학과, 음식에 대한 제 신념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만날 브랜드와 소비자가 그저 펀딩이라는 매개체로 조금 빨리 이어지게 됐을 뿐입니다.
긴 세월이 지나 얼마 전, 대형 쇼핑몰에서 그라놀로지를 보았습니다. 온라인 펀딩 플랫폼에서 처음 만난 작은 브랜드는 그간 성장했고, 2021년 오픈 전부터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 커다란 오프라인 플랫폼 한편에 제 자취방보다 큰 규모의 공간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반갑더군요. 어릴 적 심어둔 작은 묘목이 그늘을 만드는 나무가 된 모습을 보는 듯한 마음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우후죽순 유사한 브랜드와 제품이 나왔다 사라졌습니다. 요거트볼을 대체할 만한, 단백질이 풍부하고 대체당을 사용한 빵과 과자들도 많이 생겨났죠. 그럼에도 제가 꾸준히 요거트볼을 찾는 것과 그라놀로지가 성장한 것은 그 존재 이유가 단단하고 진실되기 때문입니다. 자극적인 순간의 쾌락이 아닌 은은한 즐거움과 지속 가능한 행복을 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