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먹고사는 자의 고백
나를 잘 아는 이들은 내가 글 쓰는 걸 즐긴다 생각한다. 사실은 전혀 아니다.
나는 글을 못써서 논문 미제출 미졸업 상태 1년을 보냈으며, 어릴 때 백일장이 열리면 항상 시 짓기나 표어를 골랐다.
방학이면 개학 전날 밤 울면서 그림일기, 동시 일기, 만화 일기 등을 전전하며 돌려 막기 시전 했다.
사람들의 착각에 어이없어하기에는 내 지분도 커서 할 말은 없다. 사촌동생이 ‘누나는 작가야?’할 만한 직업을 가지고 있으니. 네이버 블로그에 쌓아둔 글도, 브런치에 벌려둔 시리즈물도 적지 않다. 심지어 독립출판의 경험도 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글을 쓴 이유는 부끄럽게도 ’만만해서‘다. (부끄러운 이유는 글은 만만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
그림은 텔레스테이션 게임에서 욕먹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고, 영상은 툴과 기술이 없다. (구태여 구독으로 돈을 쓸 마음은 없었다.)
나는 분출의 욕구가 강하다. 내가 커뮤니티를 만들고, 참여하는 이유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생각‘으로 핑퐁팽퐁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글은 그 핑퐁팽퐁의 매개가 된다. 내 생각을 발산할 수 있는 수단이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필터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나 둘 쓰다 보니 이제 글을 쓰는 내 모습이 꽤 익숙하다. 호수 위 튀어 오르는 물고기처럼 뭔가가 팍 떠오르면 메모장부터 켠다.
글이 쌓일수록 재미가 붙지 않냐 묻는다면,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말하겠다. 어떤 글을 쓸지 구상하는 건 재밌지만 막상 써 내려가다 보면 또 고통 속이니 말이다.
최근 좋은 꾀를 하나 알아냈다. IT 고도화 시대, 휴대폰을 얼굴에 갖다 대어 말하면 텍스트로 바꿔준다. 오예 문명 만만세.
근데 이건 내가 직접 썼다. 밖에서 말로 글 쓰긴 어려운 문명의 한계로 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