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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호 림 Sep 09. 2022

노숙

노르웨이 교환 학기가 끝난 후, 오슬로에서 파리까지

울산에서 서울까지 KTX 비용은 약 5만 원이다. 내가 살던 크리스티안산에서 오슬로까지도 대충 비슷한 거리이기에 얼추 비슷했다. 한국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꼬박 왕복 10만 원을 지불하던 교통비인데, 앞으로 한 달은 펑펑 돈 만 쓸 예정인 가난한 여행자에게 가는 길 돈 뿌리는 사치는 고개를 젓을 일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야간 기차였다. 말이 기차지 그냥 노숙이다.


사실 이미 버스 노숙의 경험이 있었는데, (그것도 오슬로행이었다) 그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한 달 여행에서 총 3번의 노숙을 불러일으켰다. 타국에서 노숙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모든 흔적을 지우고, 키우던 아보카도 씨앗 파이니도 어디 기숙사 사이 언덕에 잘 묻어두고 학교를 나왔다. 그래도 항상 40분씩 걸어 다니던 시가지까지의 길을 늦은 밤, 곧 노숙을 할 거라는 이유로 버스를 탔다. 기차 시간에 맞추어 나오면 버스가 끊기기에 조금 이르게 기차역에 도착했다. 약 3-4시간의 본격 노숙이 시작됐다.


기차에 올라 꿀잠에 들었다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이다. 모든 것이 회색인 KTX와는 달리 꽤 아늑한 분위기였음에도 노르웨이에서만 볼 수 있는 피요르드를 보느라, 돈 아낀다고 가지 않았던 피요르드 여행을 이렇게 싼 값에 치르느라 자는 둥 마는 둥이었다.


비몽사몽인데 또 피요르드는 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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