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교환 학기가 끝난 후, 오슬로에서 파리까지
아침이 되었고, 기차는 오슬로에 도착했다. 출발지이자 교환학기를 보낸 크리스티안산이 남해 땅끝 마을이라면, 오슬로는 서울이다. 타국에서도 지방 사람인 나다.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당연 숙소다. 체크인은 불가하지만 그래도 짐이라도 맡길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이후 여행에서 일찍 찾아간 숙소 모두 융통성 있는 주인장의 배려로 미리 체크인이 가능했다. 그날 오슬로에서의 작은 호텔은 심지어 아침 8시에 문을 두드렸는데도 말이다.
그곳은 작은 조식 뷔페가 마련된 곳이었다. 주인장이 마침 체크인할 수 있는 방이 있다며 체크인 안내를 도와주었고 그렇게 조식이 진행되던 시간에 체크인을 하게 되었다.
갈등했다. 아주 많이 매우. 체크인을 끝낸 어엿한 숙박객인데 조식을 먹어도 되지 않을까? 조식은 유료 서비스가 아니었는데 기본 서비스니 괜찮을 거야. 아냐 숙박비에 조식비가 포함된 거지! 난 하루치 조식비만 지불한 거야. 차도 잘 다니지 않는 집 앞 짧은 횡단보도도 고민하다 결국 초록불에 건너고 마는 나인데 배고픔과 당장의 금전적 상황에 윤리란 없다.
영화 라따뚜이에서 레미와 에밀이 처음 구스토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잔뜩 훔치고 입 안 폭죽을 경험하는 장면을 아는가? 훔친 것에 대한 안절부절이 있던 레미도 결국 그 맛에 굴복하고 마는 데 내 심정을 설명하기에 아주 알맞다 (사실 백만 번의 고민 끝에 프론트의 허락을 구했다.)
맛보다는 그 순간을 먹은 건지도 모른다. 사악한 노르웨이 외식 물가에 약 5개월 간 만들어 본 음식이 23년간 만들어 본 음식 수 보다 많았다. 그 나라 고유 음식을 먹어봐야 하는데 제일 자주 먹은 음식은 까르보불닭이었다. 생각해보니 5개월간 먹은 봉지라면이 23년간 먹은 그 수 보다 많을 수도 있겠다. (라면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주부들이 여행 가면 제일 좋은 것이 밥 안차려도 되는 것이라는데 이해가 되었다.
두 손에 서빙하듯 접시를 얹어 그간 궁금했던 북유럽의 조식을 즐겼다. 빵, 햄, 오이, 토마토가 전부인 오픈 샌드위치가 그렇게나 맛있었다.